송성각 "차은택, 콘텐츠진흥원 '좌편향 세력' 색출 당부"

입력 2017-01-10 13:24
송성각 "차은택, 콘텐츠진흥원 '좌편향 세력' 색출 당부"

검찰, 첫 공판에서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진술조서 공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최순실(61·최서원으로 개명)씨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의혹을 받는 광고감독 차은택(48)씨가 송성각(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 "좌편향 인사를 색출하라"고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차씨와 송 전 원장 등 첫 공판에서 송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증거로 채택된 이 조서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검찰에서 "(콘텐츠진흥원장) 취임 전부터 차씨로부터 '진흥원에 좌편향 세력이 있을 테니 색출하라'는 말을 들었고, 취임 이후에도 같은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송 전 원장은 또 검찰 조사 당시 "차씨가 이를 위해 (좌편향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믿을 만한 심복을 조직 안에 심어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씨의 '좌편향 색출' 언급 이후 송 전 원장은 진흥원 부원장에 자신의 지인을 앉힌 것으로 조사됐다.

차씨가 최씨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송 전 원장은 "2014년 10월께 차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자리가 비어 있는데 지원해 볼 생각이 없느냐'며 연락해왔다"며 "이후 차씨가 차관은 경쟁자의 학력이 너무 뛰어나 어렵게 됐지만 진흥원장 자리가 공석이니 지원해 보라고 다시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최씨가 차씨를 만나 '문체부 장관에 앉힐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말하자 차씨가 얼마 뒤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을 추천했다"고 진술했다.

만약 송 전 원장과 고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차씨가 최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정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송 전 원장은 차씨와 최씨,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한씨가 지분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자 송 전 원장이 '세무조사를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 버린다'는 취지의 말을 전달해 압박했다고 본다.

반면 송 전 원장은 한씨와 30년에 걸친 오랜 인연임을 강조하고 "한씨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돼 차씨로부터 전해 들은 최씨의 말을 그대로 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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