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선생님이랑 비밀이야"…유치원 아동폭행 실태는

입력 2017-01-10 10:42
수정 2017-01-10 11:35
"쉿, 선생님이랑 비밀이야"…유치원 아동폭행 실태는

경찰, 부산 E유치원 교사·원장 7명 사법처리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모자가 크다고 머리를 때리고, 작으면 작다고 때리고, 교사들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아이들을 때렸습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아이들을 따로 불러 말하죠. '선생님이 때린 건 비밀이야. 선생님이랑 비밀 지켜야 해'"

부산 E유치원의 한 학부모가 전한 교사들의 원생 폭행 실태다.

원생 폭행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10일 E유치원의 교사 8명 중 6명을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수사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A(25·여)교사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하고 있고 B(23·여)교사도 구속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교사뿐만 아니라 해당 유치원의 원장도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혐의를 물어 불구속 입건했다.

교사들의 원생 폭력 실태는 상식 밖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된 A교사의 경우 6세 아동 28명의 담임을 하면서 25명을 110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교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경찰이 유치원 폐쇄회로TV 녹화분을 확보해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12월 중순 학예회 준비 기간인 2주 동안에만 일어난 일이다.

A교사는 어린이 4명이 율동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지 뺨을 차례로 때렸다.

하프를 연주하는 어린이가 음계를 틀릴 때마다 뺨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어린이 옷에 뭔가 묻자 어린이를 야단치며 머리를 치고, 어린이가 지나가며 부딪치자 폭력을 행사했다.

B교사의 경우 지난달 28일 원생을 때리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가 공개되며 네티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영상 속 B 교사는 5세 아동의 머리를 손으로 내려치고, 아동이 쓰러지자 발로 배를 걷어찼다.

폭행사건이 불거지자 학부모들이 해당 유치원에 보관된 CCTV 녹화분을 전수 조사해 선생님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에는 5∼7세 아동 190명을 8명의 담임교사가 맡고 있다.

이 가운데 교사 6명이 원생들을 폭행했고, 피해 아동만 5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학부모는 "CCTV 녹화분이 없는 시기도 선생님들의 폭력은 이어졌지만, 아이들이 아직도 선생님들이 무서워 진술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라면서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비밀이야'라고 말한 것 때문에 말을 안 하기도 하는데 순진한 아이들의 마음에 멍을 남기는 것 같아 학부모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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