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朴대통령 뇌물죄로 '직행'…최순실과 '공생관계' 주목

입력 2017-01-10 06:01
수정 2017-01-10 08:56
[단독] 특검, 朴대통령 뇌물죄로 '직행'…최순실과 '공생관계' 주목

제3자 뇌물서 선회 기류…崔와 경제적 공동체 규명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게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최씨 측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받은 부분에 대해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죄 적용을 염두에 두고 법리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합병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를 봐준 뒤 삼성에게는 제3자인 최씨 측에 금품을 주도록 했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가성 금품의 수혜자가 아닌지 적극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사건을 바라보는 특검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형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과 뇌물 수수죄는 형량이 같다. 형법상으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특가법으로는 수뢰액에 따라 최소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처해진다.

하지만 제3자 뇌물죄와 달리 수뢰죄는 공직자가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서 더 직접적인 행위다.

공직자의 직무 처리나 집행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직위를 활용한 것으로 인식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물론 법정에서도 제3자 뇌물죄보다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검이 눈여겨보는 것은 박 대통령-삼성-최씨 측으로 이어지는 '삼자간 거래' 정황이다.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측면 지원하고 그 대가로 최씨 측에 거액을 몰아주도록 했다는 구도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물론 특검도 애초 제3자 뇌물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40여년간 뒷바라지를 한 최씨와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고마움의 표시'로 재산상 혜택을 챙겨준 게 아닌지 의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검토한다는 것은 사건의 전체적인 골격과 맥락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산상 이익을 공유하는,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제3자 뇌물죄와 달리 공여자의 '부정한 청탁'과 관계없이 직무와 관련한 것이면 적용이 가능하다.

판례를 보면 공직자가 직접 금품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도록 했더라도 ▲ 사회 통념상 타인이 받은 것을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 ▲ 뇌물을 받은 사람과 공직자가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 공무원 자신이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회사 등에 돈이 들어간 경우 등에는 뇌물죄가 인정됐다.

특검이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파헤치는 것도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

단순히 최씨 일가의 부정축재 문제를 수사하는 차원을 넘어 최씨와 박 대통령이 어떤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이 최씨 부친인 최태민씨가 활동하던 40여년 전 재산 축적 과정부터 훑어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마찬가지로 최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 역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적 관계에 따라 뇌물죄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최씨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내고 인사, 모금 등을 세세히 지시하거나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박 대통령이 노후 관리 등 개인적인 이유로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이라는 거액의 출연금을 끌어모았다면 수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최씨와 박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 공동체'라거나 최씨가 박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들어선 전두환 신군부가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한 6억원을 박근혜 큰영애에게 전달했는데 이를 최씨가 넘겨받아 관리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나 2000년 총선 등 주요 선거에 나설 때마다 최씨가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는데 이 돈이 사실은 박 대통령 재산의 일부라는 얘기마저 떠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이권 챙기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가 조금이라도 경제적 의존 관계에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법조계 다른 관계자는 "특검이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우회로가 필요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3자 뇌물죄 적용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 입증이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뇌물죄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최씨를 지원했다는 '강요·공갈 피해자' 프레임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 직무집행의 의사 없이 또는 직무 처리와 대가적 관계없이 타인을 공갈해 재물을 주도록 한 경우에는 공갈죄만 성립하며, 재물을 준 쪽에는 뇌물공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자금의 대가성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직자 비리에서 뇌물죄는 당사자가 부인해도 직무 연관성 등을 따져 포괄적 대가성을 인정받는 경우가 있지만 제3자 뇌물은 공여자 측의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해 유죄를 받기가 까다롭다"며 "특검이 이를 고려해 뇌물죄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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