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특수관계' 균열 우려에 트럼프와 관계 구축 잰걸음

입력 2017-01-09 18:58
영국, '특수관계' 균열 우려에 트럼프와 관계 구축 잰걸음

英 외무, 미국 건너가 트럼프 인사들과 첫 면담

메이·트럼프 이르면 내달 워싱턴서 정상회담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특수 관계'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관계 구축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영국 총리실 닉 티모시와 피오나 힐 공동수석비서가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인수팀과 만난 데 이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의 수석전략가로 내정된 스티브 배넌과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을 면담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영국 장관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 인사들과 대면 접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슨 장관은 이들과 면담에서 시리아,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영국 외교부는 전했다.

존슨 장관은 9일에는 워싱턴으로 건너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존슨 장관이 이번 방문 기간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장관의 트럼프 인사와 면담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트위터에 "오는 봄 워싱턴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를 보기를 학수고대한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영국은 매우 특별하다"고 쓴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영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 전통적으로 영국 총리와 가장 먼저 전화 통화하는 관례를 깨고 메이 총리와 11번째로 전화 통화함에 따라 양국 '특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메이 총리의 '정적'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를 영국 정치인 가운데 가장 먼저 면담한 데 이어 패러지가 미국 주재 영국대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BC 방송은 패라지가 영국 장과들보다 트럼프와 더 친밀하다는 생각은 영국 외교부와 총리실에는 참기 힘든 생각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의 국무장관 지명으로 대변되는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성향 예고가 시리아 내 러시아의 역할과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원 등을 둘러싸고 영국과 미국 간 외교정책 불화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전날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나토에 대한 미국의 접근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때때로 나오지만 트럼프와 한 전화 통화 대화에 비춰 볼 때 미국은 영국처럼 나토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토에 대한 미 정부의 근본적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보였다.

또 메이 총리는 "영국과 미국의 특수한 관계는 전 세계 안보와 안정 측면에서 중요한 관계다. (트럼프와) 대화에 비춰볼 때 우리가 영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을 위한 좋은 관계를 고려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현재 일정이 조율 중인 트럼프-메이 정상회담이 이르면 내달 초 워싱턴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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