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선후보 외교안보 철학 철저히 검증해야

입력 2017-01-09 17:37
<연합시론> 대선후보 외교안보 철학 철저히 검증해야

(서울=연합뉴스) 국정 공백 장기화의 후유증이 외교·안보 분야에도 예외 없이 밀려들고 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 압박을 높여가는 와중에 일본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동북아 정세의 가변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외부 격랑에 맞서기 위해선 총력을 결집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국정 콘트롤타워가 무력화되면서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실제보다 더 커진 듯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차기 정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은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지지층을 의식한 임시방편적 행보로 일관하는 것 같아 실망이 앞선다.

사드 배치만 해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며 대선 이후 '뒤집기'를 노리고 압박을 지속하는 것도 이런 국내 정치권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견해가 분명한 대선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정도인데 찬·반이 뚜렷이 나뉘어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아직 사드 배치에 대한 공식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단기적으로 필요할 때만 사드를 배치하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완성되면 철수해야 한다는 쪽이다. 사드 배치는 보수와 진보진영 간 대치가 극명한 핵심 이슈다. 이 때문에 대선후보들은 득표력 극대화를 위해 절묘한 줄타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의 성격상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절충안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철거 요구를 놓고선 '철거하면 안 된다'는 데 대선후보들 간 이견이 없다. 대부분의 후보는 여기에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측 요구가 무리하기도 하지만 우리 내부에 뿌리 깊은 반일 정서와 반발 여론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드러낸, 도를 넘은 결례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중국에 더 관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외교·안보 사안은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사다. 정파나 진영을 떠나 국익을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대선 후보들도 서둘러 외교·안보 철학을 명확히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차기 정부는 한반도와 연관된 국제 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는 불확성의 시대를 맞이할 공산이 크다. 이를 헤쳐나갈 국정 철학과 자질을 갖췄는지는 대선후보에 대한 중요한 검증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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