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들인데 결혼해…" 여성들 울린 20대 입만 열면 거짓말

입력 2017-01-09 11:05
수정 2017-01-09 11:48
"부잣집 아들인데 결혼해…" 여성들 울린 20대 입만 열면 거짓말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큰일 났어,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람이 많이 다쳤데."

A(29)씨는 입만 열만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절도죄로 교도소에서 3년을 복역하고 풀려난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을 부잣집 아들이라고 속이며 갓 스물을 넘긴 여성 두 명에게 접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 여성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월급을 착실히 모았다.

이들은 혼인신고서까지 만들어와서 믿음 줬던 A씨에게 불행이 닥쳤다고 하자 통장을 헐고 대부업체 문을 두드려 평생 만져보지 못한 목돈을 마련했다.

A씨는 어머니 교통사고 합의금과 직장 내 승진청탁 비용이 필요하다며 여성 두 명에게서 모두 1억 8천만원을 가로챘다.

피해 여성들은 A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한 뒤에서 자신들이 속았음을 깨닫고 경찰서로 달려가 고소장을 작성했다.

A씨는 그사이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한 살 터울인 친구(30)와 함께 심야시간대 음주 운전자를 노렸는데 지난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광주지역 유흥가를 돌며 16차례에 걸쳐 고의 사고를 일으켰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가벼운 증상을 핑계로 보험금을 부당 청구하는 방식으로 총 1천200만원을 뜯어냈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제네시스 아줌마', '혼다시빅 여대생' 등 피해자로 추정되는 연락처가 수두룩했다.

경찰 추적을 받는 와중에서도 범행은 끝이 없었다.

A씨는 이달 3일 새벽 3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왕복 8차로에서 차를 몰던 중 무단횡단하던 여대생 2명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몹쓸 수를 떠올린 A씨는 급하게 차를 세운 뒤 여대생들을 쫓아가 "너희를 피하려다 외제 차와 부딪혔다"며 "7명이 다쳤고 수리비 3천만원이 나와서 경찰이 잡으러 올 것이다"고 윽박질렀다.

겁에 질린 여대생들은 A씨가 시킨 대로 차량에 올라 약 2㎞ 떨어진 경찰서 주차장까지 끌려갔다.

경찰서 입구에서 본색을 드러낸 A씨는 "신고하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24시간 운영하는 은행 현금인출기로 여대생들을 데려가 통장잔고 51만원을 탈탈 털어갔다.

광주 서부경찰은 생활 주변 폭력배 특별단속 활동 중 공갈 피해를 봤다는 여대생의 사정을 입수하고 A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무단횡단자를 훈계했을 뿐 돈을 강요하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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