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영하 20∼30도 혹한에 난민·노숙인 생사 갈림길

입력 2017-01-09 08:30
유럽 영하 20∼30도 혹한에 난민·노숙인 생사 갈림길

사망자 속출·향후 며칠 고비…교황 "바티칸 차량 문 열어두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유럽에서 한파가 맹위를 떨치자 추위를 피할 거처가 마땅히 없는 유럽행 난민들과 노숙자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 코스트로마주에서 8일(현지시간) 한때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내려갔고 폴란드 남부 산지 기온이 마이너스 30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에서 지난 며칠간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데 유럽 마을들로 들어가는 전기와 수도, 도로 일부가 단절됐고 철도와 항공, 배편이 일부 취소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동사자도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난민과 노숙자들이 가장 취약한 상황이라고 AP,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폴란드에서는 7일 남성 2명이 추위로 숨지면서 지난해 11월 이래로 한파에 따른 사망자 수가 55명으로 늘어났다.

이탈리아에서도 밀라노의 버려진 건물 지하와 피렌체의 아르노 강변에 있던 한 명씩을 포함해 8명이 추위로 숨졌다.



발칸반도의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유럽행 희망이 좌절된 떠돌이 난민들이 맹추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다.

6일 터키에 인접한 불가리아 남동부 산지에서 이라크 남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2일에는 같은 곳에서 소말리아 여성이 사망했다. 이들은 터키에서 유럽행을 시도하려다 추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에서는 밀입국을 주선하는 브로커가 난민 신청자 19명을 승합차에 태우고 남부 바이에른주를 지나다가 난민들을 도로에 두고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 영하 20도를 맴돌던 이곳에서 차량 엔진이 고장 나자 벌어진 일이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건너온 수백 명이 버려진 창고 건물 등에 남아 있다.

이들을 돕는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상당수가 몸이 아픈 상태라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세르비아 지부 관계자는 "다음 며칠이 고비"라며 "이들의 건강이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비교적 온화한 겨울에 익숙한 그리스조차 일부 지역이 마이너스 19도로 떨어질 만큼 추위를 맞이했다. 이에 치오스, 레스보스 등 그리스 섬에서도 과밀화 상태가 오래 이어진 난민촌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말 동안 노숙자들에게 침낭을 나눠주고 추위를 피해 잠을 잘 수 있도록 바티칸 소유 차량의 문을 잠그지 말도록 지시했다.

교황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숨진 이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집이 없는 자들을 도울 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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