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5개월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입력 2017-01-09 00:24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5개월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 내용 공개…퇴임 10개월후 소회 밝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약 10개월 후, 목숨을 끊기 약 5개월 전 호주 학자와 가진 인터뷰가 8년 후 뒤늦게 공개됐다.

호주국립대의 김형아 교수는 2008년 12월 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과 인터뷰한 내용을 최근 학술지 '저널 오브 컨템퍼러리 아시아(Journal of Contemporary Asia)'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와 한국 내 노무현 현상'이라는 제목의 25쪽짜리 영문 평론(commentary) 중 17쪽을 수 시간의 인터뷰 내용으로 소개했다.

인터뷰 내용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과 민주주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 한일관계, 한국의 미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으로 상세하게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인터뷰 첫머리에서 자신의 탈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정부 구조와 한국사회의 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그리고 임기 중 민주주의의 진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역사의 진전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으로 임기 동안 중요한 성취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돌아보니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의 3요소로 ▲권력층의 규범 준수, 즉 법의 지배 ▲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 ▲ 자유와 평등을 꼽으면서 "민주주의의 진전을 진정으로 원했지만,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진전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후임자를 가리는 2007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한 것에는 "한 나라에서 10년 후 행정부에 변화가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대선은 전임자가 아닌 새로운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지만 둘은 자주 혼동된다"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정책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며 "북한이 '햇볕'이라는 용어와 의미를 불편해해서 이름을 바꿨고, 우리의 상대가 의구심을 갖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대미관계에 대해서 그는 많은 의견의 차이에도 불편한 문제는 없었다며, 미국이 기대와는 달리 문제를 일방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서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일관계와 관련해 "일본의 한계는 비전이나 확고한 의지 없이 단지 수완(skill)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일본이 경제력 때문에 움직일 뿐 국제공동체나 동북아, 다른 국가들과 관련한 비전이 없는 나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경제와 고착화한 국수주의, 편협한 국가 통제주의의 틀 안에서 이따금 충돌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밖에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와 관련해서는 국가 주도 경제가 부작용이 있지만 필요한 부분이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개발도상국가 모델(developmental state model)에 관한 모든 것은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가진 국가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지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가진 나라에서만 그러한 경제적 성공이 가능한지' 또는 '그 나라들에서 다른 공통적인 요인들이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이 가장 난해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인터뷰 말미에 김 교수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당선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것의 중요성을 잘 품지 못해 후회된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하자, "나는 내 안에 많은 회의(doubts)와 많은 갈등(conflicts)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또한 확신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이 인터뷰가 정치적 동기나 자살 등에 따른 편견이 아니라 인터뷰 자체의 가치에 따라 판단돼야 하고,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고 공개를 미뤄왔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김 교수와 인터뷰한 건 맞지만, 마지막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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