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멕시코 장벽'은 '中 만리장성' 따라하기?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공약을 언급하면서 요즘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의 만리장성에 비유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트위터에서 장벽건설에 들어가는 돈을 나중에 멕시코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만리장성(the Great Wall)'을 연상케하는 '더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 장벽을 구상하면서 만리장성을 염두에 뒀다면서, 지난 2015년에도 "오래전 지어진 중국의 만리장성은 1만3천 마일에 이른다. 그에 비하면 (멕시코 장벽은) 땅콩만 하다"고 한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구상하는 멕시코 장벽과 중국의 만리장성은 여러모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이 밝혔듯 고작 미국 4개 주에 닿는 멕시코 장벽과 중국 국가문물국 추정 15개 성·시·자치구에 걸친 1만3천마일(약 2만1천㎞)의 만리장성은 규모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 현행법은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2천 마일(3천219km) 가운데 850마일(1천368km)에 이중장벽을 설치할 수 있는 법을 마련했다. 이는 2008년 개정법안에서 최소 700마일(1천127km)로 수정됐고, 현재 약 700마일 길이에 장벽이 세워져있다.
장벽 건설에 투입되는 인력과 기간도 다르다. 만리장성은 수 세기 동안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징집병, 범죄자 등을 동원해 완성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누가 멕시코 장벽 건설을 맡을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에 장벽을 세운 업체가 나서는 등 다수의 건설업자가 세금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한, 미국의 멕시코 장벽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대통령 임기 세번 정도의 기간을 거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중국 만리장성은 외부 유목민의 침입으로부터 영토와 문화를 보호하려 한 것이지만, 멕시코 장벽은 불법 이주민과 마약 범죄 조직 등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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