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각지대'서 터진 총기난사…美당국 공항안전구역 확대하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로더데일 국제공항의 짐 찾는 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공항 내 보안검색의 사각지대에서 터졌다는 점에서 미국 당국을 긴장케 한다.
미국 육군 출신 정신병 이력자인 에스테반 산티아고(26)는 이날 수하물 찾는 곳에서 자신의 짐을 챙긴 뒤 화장실에서 짐에 있던 권총을 빼 들고 총알을 장전하고서 총을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8명을 다치게 했다.
7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 공항 보안검색의 취약점을 드러나게 했다며 보안검색이 이뤄지지 않는 공항 내 사각지대에서의 테러 또는 총기 난사 사건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공항 보안을 담당하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국(TSA)은 보안검색대(Check point)에서만 승객의 몸과 짐을 검사한다. 보안검색대 이후 지점은 안전한 편이나 이전 지점은 그러하지 못하다.
짐 찾는 곳을 필두로 승용차 승·하차 구역, 택시·버스 정류장, 항공사의 발권 카운터 등 보안검색의 손이 뻗치지 않는 지역은 널리고 널렸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이고 순찰하는 경찰도 상대적으로 적어 범죄 용의자들이 비교적 손쉽게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공격을 일삼을 수 있다.
문제는 공항의 보안 지역 확대와 승객의 공항 이용 편의성은 상충한다는 데 있다.
대(對)테러리즘 전문가인 베넷 워터스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결국엔 보안검색이 지금껏 전혀 이뤄지지 않은 외곽 지역의 경계 문제"라면서 "공항 내 보안 구역을 확대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평했다.
보안회사인 세트라콘의 회장인 제프 슬로트닉은 "공항에서 테러나 그와 비슷한 일을 계획하는 사람은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을 공격 무대로 삼기 때문에 포트로더데일 공항 총기 난사 사건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슬로트닉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었던 이유는 경찰의 신속한 대처에 있었다"면서 보안검색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 설치된 감시카메라, 해당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과 경찰견 등이 그나마 제 역할을 했다는 쪽으로 해석했다.
보안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금과 같은 미국 공항 보안 시스템에선 테러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순 없지만, 신속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포 공항의 자살폭탄 테러, 2014년 파키스탄 진나국제공항 테러,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 공항 폭탄 테러와 터키 아타튀르크 공항 테러 등 취약한 보안을 틈타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빈발하면서 미국 보안 당국이 이제 공항 안전 구역 확대를 고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공항 내부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는 2013년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였다.
TSA에 불만을 품은 이가 총을 난사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포트로더데일 사건은 사상자 수에서 이 사건을 넘어섰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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