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개입 혐의 비웃는 러시아 "근거 없는 확신뿐"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미국이 정보기관의 보고서까지 공개하며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러시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소속 알렉세이 푸시코프는 트위터를 통해 "산이 쥐를 낳는다"고 조롱하며 러시아에 대한 모든 혐의는 '확신'과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확신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관영 다국어 TV 뉴스 채널 '러시아 투데이(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도 "아, 미 중앙정보국(CIA)의 리포트가 나왔다! 올해의 웃음거리!"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6년 전 내 쇼의 도입부가 러시아가 미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요 증거"라면서 "농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6일 공개된 기밀해제 보고서에서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돕기 위해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을 방해하려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등의 이메일을 해킹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깎아내리려고 러시아 관영 다국어 TV 뉴스 채널 '러시아 투데이'(RT) 등 관영 매체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를 상세하게 담았으나 러시아의 범행을 뒷받침할 증거 자료는 보안을 이유로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언론인 알렉세이 코발료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RT와 그들의 수장에 불만이 있다"면서도 "그들은 당실들에게 벌을 내리는 이들이 아니다, 미국이여. 부디 냉정해져라"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제기한 대선개입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대선개입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미 정보기관 보고서가 공개됐음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된 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원이라는 이유로 미국 국민보다 푸틴 대통령을 신뢰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푸틴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푸시코프는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원들이 민주당원보다 푸틴 대통령을 더 신뢰해서 실망했다"면서 "이는 민주당의 '공로'이며 오바마 대통령 임기의 결과"라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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