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20년 만의 강추위…로마 분수에 고드름·노숙자 동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년 만에 닥친 최강의 추위로 이탈리아 전역이 꽁꽁 얼어붙었다.
사흘 전 북극에서 불어온 바람이 들이닥치며 시작된 추위가 절정을 이룬 7일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이탈리아 남부 곳곳에 눈이 내리고, 로마의 분수대는 물줄기를 뿜는 대신에 고드름으로 뒤덮였다.
이탈리아 기상 당국은 "북극과 러시아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며 요 며칠 최근 20년 사이 최저 기온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남부 시칠리아 섬 주도인 팔레르모를 비롯해 풀리아 주 바리, 브린디시 등 남부 지방은 도로에 눈이 쌓이며 차량이 거북이 걸음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폭설에 강풍까지 겹치며 바리와 브린디시, 시칠리아 공항은 이날 아침 폐쇄됐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여객선 운항이 지연되는가 하면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마에서도 밤새 기온이 급강하한 탓에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의 분수대를 비롯한 시내 주요 분수대가 밤새 얼어붙어 고드름이 매달리는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로마에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법이 거의 없지만, 이날 수은주는 영하 3도까지 하락했다.
작년 8월 말 이후 강진이 잇따르며 약 300명의 사망자와 수 천 명의 이재민을 낸 중부 산악 지방에도 기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많은 양의 눈까지 내리며 여전히 임시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북부 돌로미티 등 산악 지역도 기온이 평년에 비해 6도 이상 내려가며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날씨가 갑자기 얼어붙는 탓에 사망자도 잇따랐다. 중부 피렌체에서 40대 노숙자가 사망하는 등 노숙자 5명이 추위로 숨지고, 북부 몬차에서는 80대 치매 노인이 길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 이틀 동안 추위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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