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서 유기견 구하고 다리 잃은 이란 병사 '영웅 대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뢰밭에 갇힌 유기견을 구하다 지뢰가 터져 다리를 잃은 이란 병사가 찬사를 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SNS)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크타르라는 19세 병사는 지난달 17일 오후 이란 서북쪽 국경지대에서 경계근무 중 지뢰밭에 설치된 철조망에 걸려 꼼짝하지 못하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개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들은 이 병사는 바로 달려가 개를 구해냈지만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그는 인근 대도시인 타브리즈의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바그타르는 현지 언론에 "철조망에 걸린 개를 구하려면 지뢰 매설 지역 안으로 오른발을 디뎌야 했다"며 "풀려난 개가 50m 정도 달아난 뒤 발을 뗐더니 지뢰가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그를 병문안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병원 안에는 그의 사진이 걸리기도 했다.
그의 고향 마을엔 그의 쾌유를 비는 현수막이 걸렸고, SNS를 통해서도 그의 선행이 널리 알려졌다.
바크타르가 지난주 고향 집으로 돌아갔을 땐 마을에서 환영 행사가 열렸다.
마수메 에브테카르 이란 환경담당 부통령도 "이란의 자랑이자 명예"라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그를 환경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병 제대한 그는 대학에 진학해 환경과 관련한 공부를 할 계획이다.
아랍권 위성방송은 바크타르가 수니파인 점을 부각해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서 수니파 병사가 영웅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권에선 개가 썩 환영받지 못한다.
이슬람 창시자 예언자 모하마드가 기득권 세력의 추적을 피해 숨어있을 때 개가 짖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야사가 전해지는 탓이다.
또 개는 불결하고 부정하다는 편견이 있어 개를 의미하는 아랍어 '칼브'는 욕으로도 쓰인다.
이렇게 개를 기피하는 풍습은 수니파에서 강한 편으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선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하디스(모하마드의 언행록)엔 개가 핥은 음식과 그릇은 부정하다면서 멀리해야 한다는 경구가 있다.
반면 고양이는 이슬람권에서 매우 사랑받는 동물이다.
모하마드가 자신의 옷자락에서 잠든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옷의 일부분을 자르고 기도하러 갔을 만큼 고양이를 아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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