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종철 열사 스러진 남영동 분실, 스마트폰에서 만난다

입력 2017-01-08 08:15
[단독] 박종철 열사 스러진 남영동 분실, 스마트폰에서 만난다

박종철기념사업회, 6월항쟁 30주년 맞아 앱 개발 중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1987년 1월 14일 고(故) 박종철 열사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 조사 중 고문당해 숨진 지 올해로 30주기를 맞는다.

당시 대공분실은 남산 국가안전기획부, 국군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과 함께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서 무자비한 고문이 자행된 곳이었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와 박종철기념관으로 탈바꿈한 이 공간의 의미를 시민들이 쉽게 접하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된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는 6월항쟁 30주년인 올 6월 10일 공개를 목표로 옛 남영동 분실을 안내하는 앱 개발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김학규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이곳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우는 공간"이라며 "시민들이 좀 더 방문하기 쉽고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이 공간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 한다"고 밝혔다.

앱에 소개될 장소는 남영역 플랫폼, 건물 안 나선형 계단,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조사실 509호,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당한 515호, 4층 박종철기념관 등이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 플랫폼부터 시작해 우리 가까이 이런 고문 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건물 입구로 가서는 건축가 김수근이 이 건물을 설계할 당시 배경을 소개한다.

대공분실로 잡혀 온 사람들은 어두컴컴해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 5층 조사실로 향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할 당시 원형이 보존된 509호, 김근태 의원이 고문 기술자로부터 모진 고문을 받은 515호도 함께 소개된다.

김 사무국장은 "마지막 코스로는 건물의 설립 책임자였던 김치열 당시 내무부장관 소개를 통해 친일이 독재로 이어졌다는 점과,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후대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줬다는 사실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박종철 열사에 관한 부산 혜광고 동문과 서울대 선후배들의 기억, 당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던 신문기자, 의사, 검사, 교도관 등의 기억을 모아 회고록을 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박 열사 기일인 이달 14일에는 마석모란공원 열사묘역 참배와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 추모제에 이어, 당일 촛불집회에도 참석해 6월항쟁 정신을 기린다.

그는 "박종철 30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이 공간을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도록 주말에도 개방했으면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사회가 운영 주체가 돼 과거 인권침해 공간을 의미 있게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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