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한국외교…전문가 "원칙있는 위기관리 중요"

입력 2017-01-07 13:42
수정 2017-01-07 13:47
'진퇴양난' 한국외교…전문가 "원칙있는 위기관리 중요"

"차기 정부 정책 전환 가능성…다양한 선택지 검토·숙고해야"

"외교 정책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외교·국제정치 전문가들은 7일 중국, 일본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한국 외교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외교 당국 중심의 일관되고 안정적인 '위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등을 둘러싸고 중국,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심화하면서 한국 외교가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 정국으로 외교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인데다 대선을 앞두고 외교 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양상까지 보이면서 우리 외교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과도기적' 시기에 급격한 외교 정책 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은 만큼 '위기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금은 무엇보다 위기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며 "현 정부가 현실적으로 무엇인가 완전히 새롭게 정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만약 새로운 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탄핵 정국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도 "지금은 외교 관료 조직이 중심이 되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정부에서 일단 방향성을 잡은 것에 대해 과도기에 수정하라는 요구는 옳지 않다"고 봤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무엇보다 우리의 원칙에 따라서 하면 된다"며"탄핵 정국이라고 해서 정부가 세운 원칙을 훼손하고, 여론에 휘말려 다른 이야기를 하면 한국은 앞으로 중국이든 일본이든 외교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탄핵 국면으로 국내 정세가 불안정할수록 외교와 국내 상황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정재흥 연구위원은 "지금 탄핵 국면이긴 하지만 그것은 국내 문제다. 국내 문제와 외교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면서 "우리가 먼저 주변국에 탄핵 상황은 순수한 국내 문제이며 외교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 탄핵 정국과 외교 정책을 섞어서 접근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도 탄핵·대선 정국이 끝난 이후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외교안보 당국이 적극적으로 사전에 다양한 정책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국민 설득 노력 부족 등 지난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원곤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기존 정책을 이어나가되 여러 가능한 선택지나 시나리오를 미리 검토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위안부 합의도 바꾸는 것이든 파기를 하든 재협상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흥 연구위원은 "앞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던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 교수는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지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지금 당장 불필요한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주변국과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차기 정부의 정책을 제한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열망을 충분히 담아내는 정책 조정과 주변국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근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나 정치인들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외교 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원덕 교수는 "지금은 정책적 대안에 대해 이념적 판단을 앞세우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외교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익의 극대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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