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밑바닥부터 기본이 안 된 대한민국, 기본 다시 세워야"(종합)
美CES 2017서 '박근혜 게이트' 후 총체적 사회 개혁 필요 강조
"전 세계에 여러 협업 파트너를 거느린 기업이 경쟁 선도할 것"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장현구 특파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박근혜 게이트'로 무너진 우리 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전 분야에 걸친 총체적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LA)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혁신의 전쟁터'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앞날과 개혁 과제 등을 담담히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17 참관을 위해 전날 도착해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콘셉트 카를 공개한 완성차 업체 전시관과 여러 글로벌 기업의 새 제품을 둘러봤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서 뿌리까지 썩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고 밑바닥부터 기본이 안 돼 있는 대한민국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총체적 개혁이 필요하고 가장 기본은 공공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런 다음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교육 개혁, 과학기술 개혁, 시장 구조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결과물 얘기가 나오자 안 전 대표는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의사, IT(정보기술) 기술자, 벤처기업가, 대학교수,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일하지만, 도중에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돌파해서 꼭 성과를 냈다"면서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이어 "3당 체제 만든 정치인이 대한민국 역사상 몇 사람 없는데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 됐다"면서 "정말로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인데 제대로 돌파하고 정치적 결과물 만들어내는 건 누구보다도 결과로서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에서 대한민국을 바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안 전 대표는 개혁 법안 가결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며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개혁하기 힘들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 234명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듯 180명만 찬성하면 어떠한 개혁 법안도 지금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 선거 이후로 (개혁 법안 투표를) 미루자는 것은 개혁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간 기득권의 반대로 가결하지 못한 개혁 법안을 지금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각각 정치·경제·검찰 개혁 법안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독일 IFA(국제가전전시회)에 이어 2년 만에 CES를 참관한 안 전 대표는 IT 전문가다운 식견으로 우리 경제의 해법을 모색했다.
안 전 대표는 "CES는 화려하지만 '혁신의 전쟁터'로 무서운 곳"이라면서 "예전에는 기술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기존 기술을 잘 조합해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하게 하는 사용자 편의성(usability)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현재 IT 경향을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이 잘하던 분야에서 이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실력이 부족한 분야로 흐름이 넘어가는 게 걱정스럽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올해 CES를 보고 나서 기반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 업체 간 협업과 기술 표준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법규 손질의 필요성 등 세 가지를 느꼈다고 했다.
이날 오후 CES를 취재하는 산업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는 "CES에 설치된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 전시관이 아주 크고 자랑스럽다"면서도 "글로벌 기업인 양사가 TV를 넘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여러 외국 기업과 협업하고 기술 표준화에 참여하는 활동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장수끼리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그 장수와 같이 싸우는 수많은 병력, 군대와 군대의 싸움"이라면서 "전 세계에 많은 파트너를 거느린 기업이 앞으로 경쟁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전 대표는 CES에 참여하는 우리 업체의 수가 중국 기업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현실을 두고 "숫자로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며 다만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를 해야 할 지가 관건"이라면서 "남들이 다 하는 분야보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대기업이 잘하는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필요한 주변기기들을 만들면 하나의 같은 산업군을 형성할 수가 있다는 게 안 전 대표의 설명이다.
평소 과학기술 발전, 교육 개혁,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 개혁의 필요함을 호소해 온 안 전 대표는 그간 가전 전시회를 혼자 다니다가 이번에는 오세정 의원을 포함해 몇 명의 의원과 함께 CES에 왔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전쟁터에서 현장을 봐야 얼마나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지, 우리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며 정치인들은 이런 현장에 반드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sisyphe@yna.co.kr,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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