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객관식 폐지된 교사 임용시험, '정답 비공개'로 항의 빗발
수험생 "채점 기준만이라도 공개" vs 평가원 "공개하면 더 혼란"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과도한 사교육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교사 임용시험의 서술형 평가가 이번에는 정답 및 채점 기준 비공개로 불공정 논란을 낳고 있다.
8일 임용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3일 2017학년도 중등 임용시험 1차 합격자가 발표된 직후부터 평가원 게시판에 정답과 채점 기준 공개를 요구하는 수험생들의 항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과목별 공립 중·고교 교사를 선발하는 중등 임용시험은 1차 교육학과 전공과목 시험, 2차 심층면접과 수업 실연, 교수·학습지도안 작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차 교육학과 전공시험은 2013년부터 객관식 시험이 폐지되고, 교육학은 논술형, 전공은 문항에 따라 기입형과 서술형, 논술형 시험으로 치러지고 있다.
객관식 시험이 노량진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과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결과보다는 과정, 토론 등을 중시하는 새 교육과정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문제는 시험의 정답과 채점 기준, 문항 혹은 세부 과목별 득점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험생들은 이로 인해 '내가 왜 떨어졌는지, 내가 쓴 답이 왜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 평가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백 건에 달하는 항의 글은 채점 기준 공개와 함께 본인의 답안지 재확인, 점수 확인 등을 요구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한 수험생은 "이 시험은 커트라인이 (100점 만점에) 80점으로 꽤 높고 불과 0.0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며 "그 미묘한 차이 속에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떨어졌는지 알려면 채점 기준과 모범답안이 공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가채점 결과와 실제 점수가 너무 차이 난다"면서 "어떤 문제가 틀린 것 인지라도 알아야 덜 억울할 텐데, 정답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러한 '깜깜이' 시험 방식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 '제2의 정유라를 위한 시험'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평가원은 게시판에 공지글을 올려 "모범답안과 채점 기준을 공개하게 되면 많은 유사 답안을 작성한 응시자는 모두 이의 제기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시험 관리 자체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평가원은 또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의 서술형 시험에서도 모범답안과 채점 기준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사법시험에서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등법원 판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목별로 최대 수십 대 1에 달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서술형 시험으로 전환된 이후 수험생 민원이 크게 늘었다"며 "수험생들의 우려를 해소할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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