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위안부 합의…모호성 빌미 줘 갈등 촉발 비판
위안부합의 놓고 日 "소녀상 철거 당연", 韓 "합의문대로 해결 노력"
日 부산 소녀상도 연장선서 접근…정부 "부산 소녀상, 공관보호의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1년여 만에 안팎의 반발과 압박에 직면하며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그동안의 위안부 합의 논란은 합의 자체에 대한 한국 내부에서의 반발 측면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한 위안부 소녀상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6일 주한일본대사 일시 귀국을 결정하는 등 행동에 나서면서 한일 정부간 갈등으로 비화했다.
일본이 주한대사 일시 귀국이라는 최고 수위의 외교적 행동에 나서면서 2015년 12월 28일 도출된 위안부 합의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한일간 위안부 합의의 모호성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위안부 합의에는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문제와 관련, '한국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은 당연히 철거 또는 이전돼야 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합의문대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이지 철거나 이전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합의문에 대한 해석 논란은 합의 직후부터 지속돼왔다.
일본은 부산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문제도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문제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한일 정부간 합의를 역행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 것에서 일본 정부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해 위안부 합의와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는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해 "위안부 합의와 완전히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 및 관행의 문제"라면서 "그런 것이 국내적으로 잘 안돼서(지켜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녀상 문제는 이미 여론의 화약고가 됐고,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현재로서는 나설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공관 보호 등을 거론하며 제3의 장소로의 이전 희망을 우회적으로 표명하는 수준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측의 압박과 한국내 여론의 반발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모습이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 속에서 야당은 위안부 합의의 폐기와 전면 재협상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후 향후 정치지형 및 권력재편에 따라 위안부 합의가 결정적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며, 일본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측이 소녀상 문제에 대해 사실상 위안부 합의에 반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 측은 아베 총리 이름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했지만,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과 관련해 "털끝만큼도 없다"고 밝히는 등 사죄·반성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또 최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과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 등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 과거사 반성에 역행하는 행동을 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소녀상 문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위안부 합의의 파기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현지시간으로 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일 외교차관회담에서 일본 측의 소녀상 철거 주장에도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도 이날 바이든 미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소녀상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한일 정부가 책임을 갖고 시행해 나가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혀 합의 이행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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