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전통시장에 생기 불어넣는 '젊은 피'…청년창업 열풍
"자생력 확보·일반상인과 세대갈등 해결 관건"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대형마트의 기세에 눌려 침체를 겪던 전국의 전통시장들이 '청년'이라는 아이템을 활용해 활기를 찾고 있다.
일부 전통시장에서 청년 창업 성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청년 창업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통시장 터줏대감인 일반 상인과 청년의 세대갈등 문제나 정부 지원이 끊긴 뒤에도 청년 창업가들이 자생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 청년 창업으로 활기 찾는 전통시장
대전 중구 태평시장은 대전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의 기세에 눌려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30대 청년들이 빈 점포를 리모델링해 이른바 '먹자골목'을 조성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짬뽕·참치·막창 등을 파는 음식점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점포마다 15∼20석을 갖춘 테이블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60년 전통의 충남 부여 중앙시장도 서민 생활과 밀접한 먹을거리는 물론 각종 공산품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문을 닫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불 꺼진 낡은 점포에 전통문화를 전공한 청년들이 찾아오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공방, 포목점, 공예품, 도자기, 한복 등을 전시 판매하는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취업보다는 전공을 살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젊은이라는 것이 공통점이 있다.
시장 한편을 전통문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게 충남도와 부여군의 전략이다.
부산 최초 현대식 주상복합상가로 만들어진 중구 '데파트'도 청년상인의 등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청년 15명이 빈 점포에 입주하면서 백화점 등의 인기에 밀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이곳에 젊은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데파트 빈 점포에 입점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곳곳에서 나온다.
◇ 청년실업 해소+전통시장 활성화
전통시장 내 청년 창업 열풍은 청년 실업 문제 해소는 물론 대형마트로 침체를 겪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원주 중앙시장은 쇠락하는 전통시장이었지만, 청년들이 찾아오면서 다시 태어났다.
청년상인들은 점포를 운영하면서 국악·가요 콘서트와 마술쇼를 열거나 도자기를 빚고 종이꽃을 만드는 체험 이벤트를 열면서 시장을 알리고 있다.
전주 남부시장도 불 꺼진 점포에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몰려오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시장 2층에 마련된 '청년몰, 레알뉴타운'에는 30여개의 작고 귀여운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따뜻한 커피를 파는 카페부터 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 등을 요리하는 식당들, 갖가지 공예품을 취급하는 가게 등 업종도 다양하다.
전통시장은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다.
정부와 지자체도 청년들에게 임대료와 실내장식 비용 등을 지원하며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쇠퇴해가는 상황을 반전할 카드로 청년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부여 중앙시장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진소율씨는 "취업보다는 전공을 살리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창업을 선택했다"며 "고정적인 수입은 적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전통시장 청년 창업에 대해 '전통문화 골목'이나 '먹자골목' 등 특성화까지 시도하면서 관광 활성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 세대갈등 해소 및 자생력 확보 관건
전통시장 청년상인의 가장 큰 고민은 자생력이다.
창업 초기에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금이 영원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시장 내 청년거리가 되려면 청년들이 계속 점포를 내고 활동해야 하는데 청년들이 계속 찾아올지도 확실하지 않다.
부여 중앙시장의 경우 2015년 청년 3인방이 창업을 하고도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에서 강연하는 등 부업 활동을 한 것도 생계유지와 무관치 않다.
전통시장의 터줏대감인 기존 상인들과의 세대갈등 문제도 청년상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상인들이 텃세를 부리거나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청년상인을 내쫓는 사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지자체가 무작정 청년들을 모았다가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김현철 충남도 경제정책과장은 "청년들이 활동하기에 전통시장의 상황이 열악한 게 사실"이라며 "청년 상인의 점포 주변을 청년거리로 조성하는 등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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