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개미에 "카지노에 있나" 쓴소리 '기름'…까맣게 타버린 증시

입력 2026-10-13 22:03
수정 2026-10-13 22:15
외인 4조5천억 매물 폭탄 '검은 화요일' '금리·환율·中위협' 악재 삼전닉스 폭락 "투자자들 카지노에 있는 듯" 발언까지


국내증시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코스피 6천선을 가까스로 사수했다.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대 10%대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루 만에 4조5,000억원이 넘는 매도 폭탄을 던진 외국인발 수급 악화와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하락, 중국 메모리 신기술 추격 등 전방위적인 악재에 7천선 재돌파를 노리던 코스피는 불과 5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됐다.

이날 충격으로 SK하이닉스의 세계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컴퍼니즈마켓캡닷컴 집계)는 17위에서 19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12위로 전 거래일 대비 변동은 없었다.

●삼전 -7%, 하이닉스 -10% 개미들 충격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8.89포인트(5.46%) 하락한 6,035.3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19일(-5.80%) 이후 가장 높은 낙폭이다.

급락세에 장 초반 한때 코스피 시장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최근 증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원화 강세에 따른 부담, 삼성전자 3분기 실적발표에 뒤따른 셀온(Sell-on·호재 속 가격하락)이 투심을 전체적으로 짓누르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다. 헤지펀드 로터스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하오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도와 간밤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하락,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신기술도 주요 악재로 지목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대거 부진했던 가운데 삼성전자가 7.39% 내린 23만2,000원, SK하이닉스는 10.09% 폭락한 144만3,000원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홀로 4조5,259억원의 막대한 물량을 던졌는데, SK하이닉스(-2조3,613억원)와 삼성전자(-1조3,595억원)가 외국인 순매도 상위 1위와 2위였다.

CXMT는 D램 메모리 기술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뤘다면서 올해 안에 이를 이용한 차세대 서버용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히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주가를 눌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5거래일 내리 하락한 점을 지적하면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AI 투자 지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이후에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를 둘러싼 우려가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 카지노에 있는 듯"



여기에 반도체주 약세를 더욱 부추긴 건 브로드컴의 혹 탄 최고경영자(CEO) 발언이었다. AI 인프라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가운데 AI 붐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은 반도체나 전력 부족이 아니라 자금 조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탄 CEO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DBS 아시아퓨처포워드 컨퍼런스에서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병목 현상이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극복해왔다"며 "지금의 메모리 부족도 1년 뒤에는 상황이 달라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 제약 요인은 자본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했다.

AI 투자 열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많은 투자자가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 전혀 모른다"며 "매우 극단적인 기대를 품었다가 결국 카지노에 있는 것과 거의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픈AI의 연간 환산 매출이 9월 500억 달러에 그친 데 대해 그는 "(모델) 훈련에 많은 돈을 쓰고 있어 여전히 적자"라며 "솔직히 최첨단 모델로 매출을 크게 늘릴 잠재력이 있다는 것 외에는 현시점에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립부 탄 인텔 CEO도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자본과 자본비용의 상승"이라면서 "또 다른 도전은 투자자들이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발언은 가뜩이나 움츠린 투자자들에게 전 세계적 고금리 기조가 AI 데이터 센터 등 인프라 투자를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SLC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자산배분 책임자인 덱 멀라키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실적도 이러한 시각을 바꾸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투자자들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들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이익이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 계속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