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를 이끈 반도체가 내년에는 이익 증가율 1위 자리를 다른 업종에 내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계속 커지지만, 증가 속도에서는 2차전지와 IT하드웨어 등이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은 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중요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코스피 업종 가운데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2차전지를 꼽았다.
2차전지 업종의 내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24.7%로 집계됐다. 이어 IT하드웨어가 62.2%, 미디어·교육이 55.2%, 철강이 40.8%로 뒤를 이었다. 반도체는 37.5%로 이들 4개 업종보다 낮았다.
이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의 올해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592.9%에 달한다. 내년에도 이익 증가세는 이어지지만 증가율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차전지는 올해 흑자 전환에 이어 내년에도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795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6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순이익 규모가 1,049조원으로 늘어나지만 증가율은 32%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처럼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는 시기에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지보다 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0년 3분기 말부터 2011년 1분기 말까지 코스피가 약 13% 오르는 동안 에너지 업종은 49%, 자동차 업종은 37% 상승했다. 두 업종 모두 전년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아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2015년 3분기 말부터 2016년 1분기 말까지도 코스피가 약 2% 오르는 동안 에너지 업종은 58%, 철강 업종은 20% 상승했다. 에너지는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이익 증가율이 높아졌고, 철강은 전년보다 이익 증가율이 상승한 업종이었다.
이 연구원은 앞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것을 증시 과열 신호로 지목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익 증가율과 함께 주가수익비율(PER)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PER 10배 이하보다 30배 이하 구간에서 PER이 하락하는 업종의 최근 3년·5년·10년간 4분기 평균 주가 수익률이 모두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익 증가에 따라 높은 PER이 빠르게 낮아지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끝으로 내년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예상 PER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하락하는 관심 기업으로 2차전지의 삼성SDI, 원전 및 전력기기의 두산에너빌리티·효성중공업·가온전선, 방산의 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 IT하드웨어의 삼성전기·대덕전자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