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엔비디아만 살 걸'…분산투자 했더니 수익률 역주행 [딥시그널]

입력 2026-10-08 21:00
S&P500 신고가 만든 M7...대형 기술주 쏠림 가속 500대 기업 중 493곳 소외..2000년 이후 최대 격차


미국 S&P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지수를 구성하는 대부분은 약세장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면서 지수가 시장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왜곡 현상이 2000년대 이후 가장 심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S&P다우존스인덱스가 산출하는 S&P500지수는 7,801.77로 연초 대비 13.97% 상승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종가 기준 7,813.93으로 사상 처음 7,800선을 넘겼다.

그러나 같은 500개 종목을 똑같은 비중으로 분산해 담은 동일가중지수로 보면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S&P500동일가중 지수는 전날 8,536.12로 연초 이후 9.95%, 이달 들어 1.27% 상승에 그쳤다. 8월 초만 해도 동일가중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의 ETF(RSP)가 연초 대비 13.1% 올라 시총 가중 S&P500 ETF를 3% 포인트 차로 앞섰으나 두 달 만에 뒤집혔다.



동일가중 지수는 지난 8월 14일 고점으로 이달 초까지 7주 연속 하락했는데, 이러한 하락은 2002년과 2022년의 약세장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당시에는 닷컴 버블 붕괴(2002년)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2022년) 충격으로 S&P500지수도 함께 하락장을 겪었으나, 이번은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문 상태에서 동일가중지수만 홀로 하락했다.

시가총액 6조 달러를 눈앞에 둔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 7곳(M7)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사이 나머지 493개 나머지 종목은 제자리 걸음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대형 투자은행들도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시장 왜곡을 지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S&P500 지수의 수익률 가운데 기술주를 뺀 지수의 수익률은 4%, 중앙값 종목의 수익률도 4%에 불과했다.

상위 10개 종목의 집중도는 39.3%로 2000년 닷컴 버블 정점 시기 기록한 27%를 넘어섰으며,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3개 종목 비중만 21% 로 1980년대 중반 IBM과 AT&T, 엑슨모빌이 세운 13.4%의 배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지난달 발표한 자사주 매입 발표 등의 효과로 한 달간 약 5.2% 올라 시가총액 5조 7,340억 달러를 넘어섰고, 애플도 같은 기간 6% 가량 올라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눈앞에 뒀다.









◆ 10년물 경매 예상 밖 호조였지만…연준 “연내 추가 인상” 재확인

미국 주식시장의 거래 종목에 따른 왜곡은 인공지능(AI) 열풍과 올해 들어 치솟고 있는 채권 금리 영향이 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개월 연속 올라 지난 7일 기준 장중 연 5.36%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라보뱅크 집계로 미 채권금리는 3분기 들어 2년 물이 전 분기대비 0.72%포인트, 10년물은 0.76%포인트 뛰는 등 기록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물가를 제외한 10년물 실질금리는 한 달간 0.57% 올라 과거 S&P500 하락장을 유발하던 급등 구간에 진입해 있다.

미국 재무부가 전날 진행한 10년 만기 미 국채경매는 390억 달러 어치가 연 5.300%에 소화하는 등 높은 금리 여건이 그대로 반영됐다. 다만 응찰률이 2.77배로 지난 6개월 평균인 2.54배를 웃돌았고, 해외 기관의 간접 응찰 비율이 80.3%로 평균치를 넘어서는 등 시장의 매수 수요는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금리 상승을 만든 미 연방준비제도는 주요 위원들이 여전히 매파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대부분의 참석자가 연말까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의 추가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혀 12월 이전 추가 인상 확률을 높였다.

도이체방크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글로벌 투자자 460명을 상대로 진행한 3분기 글로벌 시장 설문에서도 향후 12개월 이내 10년물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 44%가 10년물 금리 고점 전망을 5.4~5.6%로 제시했고, 16%는 6.0~6.2%의 금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비쳤다.

도이체방크의 헨리 앨런 전략가는 채권 시장이 인플레이션의 고착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충격이 이어지면서 장기 고금리 위험을 시장이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S&P500은 물론 유럽 스톡스600 등이 모두 고점에서 4% 이내 하락에 그치며 이를 상대적으로 덜 반영한 위험이 있다고 봤다.



◆ 현금 풍부한 M7만 오른다…10% 넘게 하락한 은행·부동산

시장 환경은 악화하고 있지만 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대형 기술기업들의 부채 대비 현금 비율은 132%로 일반 투자등급 기업(약 19%)의 7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금리 상승에 둔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기업과 은행주, 부동산 관련 기업들은 올들어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직전 최고치를 기록한 8월 13일 이후 25개 산업군 가운데 18개가 하락했고 은행·부동산은 10% 넘게 빠졌으며, 이들을 포함한 동일가중 지수는 같읕 기간 5%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도 이러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대형 기술주 7개 기업만 담은 라운드힐 MAGS 상장지수펀드는 최근 2주간 12일 연속 순유입을 보인 반면 인베스코의 S&P500 동일가중 상장지수펀드인 RSP는 운용자산이 965억 달러로 지난 8월 고점에서 40억 달러 상당의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채권 역시 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장기국채 상장지수펀드(TLT)는 이번주 들어 25년 운용 역사상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해당 ETF는 올해 들어 11.36%, 지난 5년 누적으로 46% 가까운 낙폭을 기록 중이다.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면서 단기채를 제외한 중장기 채권의 가격 하락이 커지고 있고, 투자자들도 장기간 보유하는 대신 짧은 기간 매매를 늘려 시장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로 유명한 디렉시온은 지난 7일 S&P500 선물 100%에 원자재와 통화, 금리 선물을 추세에 따라 사고파는 전략 100%를 얹은 ‘US 500플러스 ETF(SPXP)’를 상장했다. 주식 비중은 그대로 두되, 다른 수익원을 얹어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기관들만 써오던 헤지 전략이다.

다만 총보수가 연 0.92%로 대표적 미 지수 ETF인 스테이트스트리트 S&P500 ETF(SPY)의 0.09% 대비 10배 수준이고 동일가중 ETF인 RSP(0.2%)보다도 4배 이상 높은 데다, 추세추종 과정의 선물 롤오버 비용과 추세 반전 시 손실 위험을 안고 있다는 약점이 있다.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시장 흐름에도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은 시장 흐름이 지난 9월보다 살아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너선 크린스키 BTIG 전략가는 30년물 금리가 7거래일 만에 연 5.25%에서 연 5.69%로 오르고 채권 투자심리지수가 10%까지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금리 흐름이 단기에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크린스키 전략가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경우 그간 시장을 지탱한 M7과 나스닥100 지수가 내리고 동일가중 지수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하방을 만들어 내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