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여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가운데 건설사가 사고 원인으로 '작업자 부주의' 등 작업자 측 요인을 지목한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고 원인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시공계획과 현장 관리·감독, 시설 및 안전관리 등 건설사의 관리 영역과 관련된 사고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시스템과 시설이 취약한 소규모 공사현장에 사망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작업자 개인의 주의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건설사의 현장 관리와 기본적인 안전시설 확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실이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2026년 6월까지 사고 원인이 확인된 건설 사망사고는 총 1032건으로 집계됐다. 건설사 미입력 및 기타 항목은 제외한 수치다.
이 가운데 작업자 부주의를 포함해 작업자의 행태나 실수와 관련된 사고는 568건으로 전체의 55.04%를 차지했다.
반면 시공계획, 현장 관리·감독, 시설 및 안전관리 등 건설사의 책임·관리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사고도 46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4.96%로, 작업자 측 요인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사고 원인을 단순히 '작업자 부주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안전난간 설치 미흡이나 추락방지망 미설치, 안전대 부착설비 미설치 등 기본적인 추락 방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사고 원인을 설명하기보다, 애초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설과 관리체계가 현장에 제대로 마련돼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공사 규모별로 보면 소규모 현장의 취약성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같은 기간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617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1000억원 이상 대규모 공사에서는 220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50억원 미만 공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1000억원 이상 공사보다 약 2.8배 많은 셈이다.
물론 공사 건수와 작업자 수, 공사 기간 등 분모를 함께 비교해야 공사 규모별 위험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전체 사망사고가 소규모 공사현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관리 역량과 현장 안전시설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 현장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 비해 안전관리 인력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건설사 역시 안전사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같은 기간 주요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도 추락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추락 사망자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5명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추락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작업자 개인의 주의에만 책임을 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희 의원은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안전수칙 준수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시공계획 수립부터 현장 관리·감독, 안전시설 설치까지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에 대한 관리와 점검을 보다 촘촘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