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논란에도 갈 길 간다…SK하닉 속내는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10-08 14:35
수정 2026-10-08 14:35
블룸버그 "솔리다임, IPO 주관사 선정" 보도 카카오, LG에너지솔루션과는 다른 구조 지분율 희석은 불가피…추가 주주환원책 필요
<앵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주관사단을 선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쪼개기 상장으로 투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증권부 전효성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나온 외신 내용부터 정리해 주시죠.

<기자>

8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낙점했습니다. JP모건, 씨티그룹, UBS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주관사단에 합류했다는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외신 소식통들은 솔리다임이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상장 시점은 이르면 2027년으로 거론되며 기업 가치는 최대 1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현재 본 상장에 앞서 상장 전 지분 투자 라운드도 마무리하는 단계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그때마다 SK하이닉스 측은 "IPO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신중한 입장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상장 준비를 진행해 온 것이 확인된 셈입니다.



<앵커>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이 바로 '쪼개기 상장' 논란입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이나 카카오 계열사 상장 때의 학습효과가 크기 때문인데요. 솔리다임의 상장이 왜 그 사례들과 구조적으로 다르면서도, 동시에 주주들에게 왜 비슷한 비판을 받는지 구조를 구체적으로 짚어주시죠.

<기자>

'법인 분할 방식'과 '상장 시장'에서 차이가 납니다.

먼저는 사업의 출발점입니다. 과거 카카오페이나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모회사에서 주주들의 돈으로 일궈낸 핵심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는 '물적분할'이었습니다. LG화학 주주들은 사실 화학업종보다는 2차전지 성장을 보고 투자했는데, 핵심 알짜인 배터리 사업부만 쏙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반면 솔리다임은 사업부를 떼어낸 게 아닙니다. 2021년 SK하이닉스가 90억 달러를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한 미국 현지 독립 법인입니다. 기존 하이닉스의 사업을 조각낸 게 아니라 외부에서 사 온 자회사의 상장이라는 점에서 법적·구조적 출발선이 다릅니다.

두번째로는 '국내 증시 중복 상장'이냐 '해외 증시 상장'이냐의 차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가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쪼개진 자회사가 다시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증시라는 한정된 자본 풀 안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거래되면, 기관과 외인의 자금이 자회사로 쏠리면서 모회사는 빈 껍데기 취급을 받는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더블 카운팅'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솔리다임은 코스피가 아니라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돈이 몰리는 미국 현지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수급을 직접적으로 빨아들이는 수급 왜곡은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구조적인 차이는 명확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나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쪼개기 상장'의 변형으로 보며 강하게 반발하는 겁니까?

<기자>

결국 '고통과 과실의 분리' 그리고 '지분율 희석' 때문입니다.

솔리다임은 인수 직후 반도체 하락 사이클을 겪으며 2022년(-3.3조)과 2023년(-4.0조)에 걸쳐 대규모 누적 적자를 냈습니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유상증자와 자금 대여 등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현금이 대거 투입됐고, 재무적 부담은 하이닉스 주주들이 고스란히 짊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AI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솔리다임의 고용량 기업용 SSD(eSSD) 판매가 폭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본격적인 현금 창출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수년간 적자를 떠안으며 간신히 키워놨더니,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하자마자 상장시켜 과실을 밖으로 빼돌린다"고 느끼는 겁니다.

미국 상장이라서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대규모 신주 발행을 동반하면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지분율은 필연적으로 낮아집니다. 시장 가치가 최대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알짜 회사의 지분율이 희석되면 모회사 하이닉스가 지분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는 건 미국 상장이어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결국 시장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SK하이닉스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까요?

<기자>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상장 추진에 앞서 명확한 주주환원 가이드라인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앞서 짚어본 대로 솔리다임이 2년간 7조원대 적자로 위기에 처했을 때 SK하이닉스 주주들은 막대한 현금이 적자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온전히 감내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국 상장에서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구주매출로 회수하게 될 막대한 현금을 단순히 회사 곳간에만 쌓아두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상장으로 유입된 재원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주주에게 특별배당을 지급하거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해 지주사 할인 압력을 상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모회사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을 방어할 구체적인 보상 대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무대만 미국일 뿐 본질은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쪼개기 상장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