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SC 유럽 판매 '제동'…알테오젠 어쩌나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입력 2026-10-08 09:54
네덜란드 법원, 머크의 특허침해 인정 SC 변환 기술 제공하는 알테오젠도 충격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이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머크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투약 시간이 짧은 피하주사(SC) 형태로 만든 제품이 경쟁사 할로자임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키트루다SC는 앞으로 유럽 주요국에서의 판매가 어려워지게 됐다.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에 핵심 기술(ALT-B4)을 공급하며 로열티를 기대했던 알테오젠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서유럽 주요 시장 사실상 셧다운



7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머크의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품이 할로자임의 특허(MDASE)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머크는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등 8개국에서 해당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모두 금지당했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임시 판매 중단(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이미 출시가 막힌 것을 포함하면 서유럽 주요 시장 대부분이 닫힌 셈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서 할로자임의 특허 7건이 무효화되고, 헤이그 법원이 덴마크와 스웨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는 점에서 머크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식 재판(본안 소송)에서 결과를 180도 뒤집으며, 임시 처분(가처분)에서 이겼다고 해서 정식 재판 승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겼다. "무효 판정이 쌓이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시장의 안일한 전제를 깬 셈이다.

● 머크의 딜레마…매출 아닌 '시간'을 잃었다

링거처럼 혈관에 오래 맞는 정맥주사(IV) 형태의 키트루다는 이번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기존 환자들이 약을 처방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피하주사로 이동하려던 수요가 기존 정맥주사(IV)로 되돌아갈 뿐이므로 당장의 제품군 매출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머크가 입은 진짜 손실은 깎여나간 시간이다. 머크의 핵심 전략은 2028년 키트루다의 물질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기존 환자의 30~40%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서, 향후 쏟아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데 있었다. 한번 피하주사로 갈아탄 환자는 훗날 정맥주사 형태의 복제약이 나와도 번거롭게 예전 방식으로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복제약 진입이 빠른 유럽 시장에서 제형을 바꾸려는 계획이 멈추면서, 머크의 2028년 이후 시장 방어선은 크게 취약해지게 됐다는 평가다.



● 알테오젠, 로열티 감소 불가피



이번 판결의 타격은 알테오젠에게 향했다. 알테오젠은 머크와 키트루다 피하주사 순매출의 2%를 로열티로 받는 계약 구조를 맺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2027년 키트루다 피하주사(SC) 매출이 101억 달러, 2028년에는 169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환자 중 65%가 피하주사로 넘어갈 것이라 가정해 2029년 3.08억 달러, 2030년 4.60억 달러의 로열티 유입을 전망해왔다. 하지만 유럽 지역의 전환이 막히면서 로열티 계산의 바탕이 되는 중장기 매출 자체가 깎이게 됐다.

여기에 '핵심 기반 기술 리스크'라는 더 큰 뇌관이 자리하고 있다. 알테오젠이 9월 23일 유럽 특허청에 등록한 신규 특허(조성물 특허)는 자사의 제품을 지키기 위한 자산이다. 할로자임의 특허 침해 주장을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방패는 아니다.

더구나 알테오젠이 2026년에 새로 체결한 4건의 신규 계약(GSK, 바이오젠, 노바티스 등) 모두 이번에 문제가 된 것과 똑같은 피하주사 변환 기술(ALT-B4 플랫폼)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번 이슈가 특정 약품 하나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핵심 기술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시선은 최대 시장 미국으로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극적으로 기술 사용(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사태가 조기 봉합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할로자임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특허는 자사가 남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정식 기술(ENHANZE)과는 별개의 특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돈을 받고 풀어주기 위한 특허가 아니라 경쟁사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임을 암시한다. 조기 합의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모든 분쟁의 최종 결전지는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뉴저지 연방지법에는 문제가 된 특허와 관련된 15건의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 잃은 것은 시장 전환을 조금 놓친 정도에 불과하지만, 만약 미국 본토의 15건 소송에서도 불리한 결론이 나온다면 알테오젠의 전체 수익(로열티)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장의 모든 눈이 미국 법원으로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