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2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은행과 주택 관련주가 동반 하락했다. 농기계 업종도 미국 규제 당국이 시장의 불공정 경쟁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약세를 나타냈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중국 연계 의혹이 다시 불거진 위불과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한 페어 아이작이 하락했다. 반면 호실적과 연간 전망 상향을 발표한 펭귄 솔루션스, 증권사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넷앱과 프록터 & 갬블은 상승했다.
장기금리 급등에 은행주 부담 확대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36%까지 오르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국채 입찰을 소화하면서 5.28% 수준으로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높은 금리에 대한 경계감은 이어졌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기존 채권의 평가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연체와 부실대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우려가 반영되면서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은행업에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 순이자마진이 개선될 수 있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채권 평가손실과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렸다.
모기지금리 7.49%…주택 대출 신청 감소
주택건설과 건축자재 관련주도 금리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되는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금리는 7.49%로 상승했다. 2023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 구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 대출 수요도 감소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가 집계한 지난주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보다 4.2% 줄었다. 주택 구입용 신청은 2.1%, 기존 대출을 갈아타려는 리파이낸싱 신청은 7.5% 감소했다.
높은 금리가 주택 수요와 신규 주택 착공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건설과 건축자재 관련주도 하락했다.
미 당국, 농기계 시장 불공정 경쟁 조사
최근 미국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기계를 구입하거나 수리하는 과정에 제약이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농무부는 농기계 제조·유통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이나 농민의 장비 유지·보수를 가로막는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공개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업체들의 판매 방식과 계약 조건, 사업모델 등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와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 특정 기업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거나 집행 조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규제나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불확실성이 부각됐다.
이에 디어와 애그코, CNH 인더스트리얼 등 농기계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위불, 중국 연계 의혹 재점화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위불 (BULL)의 중국 연계 가능성을 국가안보 위험으로 지적했다.
위원회는 위불의 지분 구조와 기술 인력, IT 인프라, 데이터 이동 방식, 자금 조달 등 사업 전반이 중국과 깊게 연결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의 개인정보와 금융 데이터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불을 둘러싼 중국 연계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위원회는 2024년에도 중국 기관들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위불은 미국 내 사업과 고객 데이터가 미국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위원회의 주장이 부정확하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펭귄 솔루션스, AI 인프라·메모리 성장에 실적 호조
AI 인프라 기업 펭귄 솔루션스 (PENG)는 장 마감 이후 시장 예상을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1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77센트를 웃돌았고, 매출은 5억6천700만 달러로 예상치 5억2천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주당순이익은 133%, 매출은 68% 증가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와 인프라 사업이었다. 특히 통합 메모리 사업 매출은 3억4천80만 달러로 158% 급증했다.
회사는 AI 팩토리 플랫폼 출시와 데이터센터 시장에 대한 집중 이후 하반기 성장세가 크게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해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24억3천만 달러로 높였다. AI 인프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메모리 수요도 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맥주 출하 증가로 시장 예상 상회
코로나와 모델로를 생산하는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STZ)도 2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6% 증가한 26억3천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은 3달러74센트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각각 25억4천만 달러와 3달러55센트를 예상했다.
주력인 맥주 부문 매출은 5%, 출하량은 5.5% 증가했다. 회사는 멕시코에서 맥주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새로 건설한 베라크루스 양조장의 생산 확대에도 투자하고 있다. 주류 브랜드 스파이크드에이드도 최소 7천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다만 실제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맥주 판매량은 0.6% 감소해 출하 증가가 유통업체의 재고 확충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장전 거래에서는 약세를 보였지만, 정규장에서는 호실적과 성장 투자에 주목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페어 아이작, 경쟁 확대 속 대규모 감원
신용평가업체 페어 아이작 (FICO)은 전체 직원의 약 15%를 줄이기로 했다.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AI 도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력 감축을 결정했으며, 퇴직금 등을 포함해 약 2천700만 달러의 세전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9월 말 기준 직원 수를 적용하면 감원 대상은 약 570명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2027회계연도 3분기까지 대부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감원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통해 경쟁 신용평가 모델인 밴티지스코어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발표됐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비용 절감 효과보다 FICO의 시장 지배력과 수입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 주목했고,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에버코어 “넷앱, AI 저장장치 시장 확대 기대”
에버코어 ISI는 기업용 저장장치 업체 넷앱 (NTAP)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올리고 목표주가도 210달러에서 300달러로 상향했다.
에버코어는 넷앱이 새롭게 공개한 저장장치 아키텍처 ‘노버스’를 바탕으로 기존 기업용 저장장치 시장을 넘어 AI 팩토리와 네오클라우드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넷앱의 매출과 이익이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는 환경에 들어섰으며, 회사가 제시한 2027회계연도 전망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런 기대에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스포티파이, 오디오북 서비스 180여 개 시장으로 확대
스포티파이 (SPOT)는 오디오북 이용자가 빠르게 늘자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오디오북 서비스 지역을 현재 22개 시장에서 18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확대가 마무리되면 전 세계 7억5천만 명 이상이 스포티파이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으며,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하는 지역에서도 35만 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서비스 확대를 통해 오디오북 사업의 이용자와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오은비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