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내 증시에서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글로벌 2위 기업인 두산이 8%안팎의 급등세를 기록 중이다. 전날 대만 증시에서 글로벌 CCL 관련주들이 급등한 여파가 국내 대표 공급사인 두산으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CCL 산업의 판도와 두산의 수혜 배경을 짚어본다.
▲ CCL 덜 쓴다는건 '기우'
5일 대만 증시에서는 CCL 글로벌 1위 기업 타이광뎬(EMC)과 타이야오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다른 CCL기업인 난야와 롄마오, 텅후이전자 등도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주가 급등의 도화선은 그동안 시장을 짓누르던 CPO(공동패키징광학) 도입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해소된 점이다. 시장에서는 CPO 기술이 보급되면 초고속 데이터 전송 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져 고사양 메인보드용 CCL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공포가 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사양 CCL 수요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칩 패키징 기판'과 '광엔진 모듈 기판' 등 훨씬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돌아섰다.
▲ 모건스탠리·JP모건도 "CCL 산업 과도한 위축"
대만 CCL 관련주 랠리의 배경에는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긍정적인 산업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CCL 산업 실적 전망치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공급망 채널을 점검한 결과 CPO 도입으로 기판의 물리적 면적은 축소될 수 있다"면서도 "칩 패키징 기판 등 초정밀 하이엔드 소재 수요는 오히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역시 차세대 스위치나 광엔진 모듈 기판에 들어가는 M9, M10 등급 등 최고 사양 소재의 평균판매단가(ASP)가 기존 주력 제품보다 3배이상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판 면적 축소에 따른 물량 감소 효과보다 초고사양 제품의 단가 상승 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핵심 기술력을 갖춘 하이엔드 제조사의 이익 레버리지는 오히려 극대화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수요 진화에 따라 대만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타이광뎬은 수익성이 높은 M7 이상 고급 소재 비중을 60~65%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부터는 M9 제품 출하와 함께 가격 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공장이 완공되는 2027년말 기준 월 기판 생산 능력은 930만장으로 2026년말 대비 51.2% 증가할 전망이다.
난야도 4분기부터 AI서버용 M6~M8 고급 주문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일 예정이며, M9과 M10등급의 탄화수소 수지 배합을 개발해 2027년 1분기 초기 검증 결과를 앞두고 있다.
▲ 대만서 날아든 호재…두산, 3분기 최대 실적 전망
국내에서는 CCL 관련 기업으로 두산이 꼽힌다. 두산은 전자사업부문 '전자BG'를 통해 CCL 사업을 영위 중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전자BG의 CCL 경쟁력을 근거로 두산의 가파른 실적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두산의 CCL 사업을 둘러싼 의구심이 가득했다. 먼저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 리스크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할 경우 CCL 제품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광모듈 공급사 국적이 중국에서 타 국가로 다변화되더라도 두산의 하이엔드 CCL은 필수재로 채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는 두산의 기술력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I 가속기 부문에서도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굳히고 있다. 하이엔드 CCL 글로벌 1위인 대만 타이광뎬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가속기 '블랙웰' 품질 검증에서 기술적 한계를 드러낸 사이 두산은 해당 공급망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양대 핵심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메리츠증권은 두산 전자BG의 광모듈향 매출이 1분기 344억원, 2분기 493억원에서 3분기 1059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3분기 전자BG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72.0% 증가한 7567억원, 영업이익은 117.8% 늘어난 2263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29.9%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메리츠증권은 두산 목표주가를 240만원으로 제시했다. 목표가 산출 배경에는 공격적인 설비 증설이 크게 반영됐다. 두산은 9700억원을 투입해 CCL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증설 라인이 가동되는 2028년부터 성장 가속 구간에 진입해 2029년에는 전자BG 단독 매출만 6조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지주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핵심 소재 기업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