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부진에 빠졌던 대형마트 매출이 모처럼 반등했다. 지난 3월 이후 이어졌던 마이너스 행진을 끊은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형마트 업황 자체가 살아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보다 빨라진 추석으로 명절 수요가 앞당겨진 데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영업 공백을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흡수한 효과가 동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추석 특수가 사라지는 10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대형마트의 '진짜 반등'을 가를 전망이다.
▲"5개월 내리 마이너스였는데"…8월 +4.5% 반등
3일 산업통상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주요 26개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7.7%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이 9.3%, 오프라인 매출이 5.4% 각각 늘었다.
특히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하며 지난 3월부터 이어졌던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대형마트 매출은 올해 1월 전년 대비 18.5% 급감한 뒤 2월 19.8% 반등했지만 3월 -15.2%, 4월 -6.6%, 5월 -5.1%, 6월 -10.5%, 7월 -11.2%로 5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8월 다시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반등을 이끈 것은 먹거리와 명절 수요다. 8월 대형마트 식품 매출은 전년보다 5.4% 증가했고 가전·문화·완구 부문은 17.8% 뛰었다. 지난해보다 추석 시점이 빨라지면서 선물세트 사전예약 등 명절 소비가 8월부터 발생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는 +4.5%인데 점포당 +20.7%?"…홈플러스 빠진 자리로
눈에 띄는 숫자는 따로 있다. 대형마트 전체 매출 증가율은 4.5%에 그쳤지만 점포당 매출은 전년보다 20.7% 증가했다.
전체 시장이 20% 넘게 성장했다기보다 영업 점포 감소 등의 영향 속에 남아 있는 점포 한 곳이 가져가는 매출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영업 차질도 경쟁사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가 정상적으로 영업하지 못하거나 점포를 정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고객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 폐점 지역 인근 이마트 일부 점포의 매출은 전년보다 두 자릿수 증가했고, 서울 지역 홈플러스 폐점 점포와 가까운 롯데마트도 평균 9%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점포 축소에 따른 이탈 수요를 경쟁 대형마트가 흡수하는 가운데 추석 시점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기존점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추석 예약 +10%…롯데마트도 홈플러스 고객 흡수
업체별로 보면 이마트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이마트의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지난해보다 10.3% 증가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25.6%,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5.5% 각각 늘었다.
특히 추석 연휴 먹거리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다. 실제 이마트가 올해 추석 연휴 매출을 지난해 추석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복은 47%, 간편 생선회는 166%, 간편채소는 50% 증가했다. 수입육과 돼지고기도 각각 38%, 22%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홈플러스의 영업 차질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다.
홈플러스 폐점 지역 인근 롯데마트 매출이 평균 9% 증가했고, 일부 점포에서는 2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객 이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기존점 매출이 동시에 개선될 경우 홈플러스의 영향력이 약해진 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두 업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비중은 60%…"마트가 정말 살아난 걸까"
이같은 성장세에도 대형마트가 넘어야 할 구조적인 벽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8월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한 비중은 9.0%에 불과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 비중은 59.7%로 사실상 60%에 육박했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추석 특수와 경쟁업체 영업 차질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마트들도 추석 이후 고객을 붙잡기 위한 할인 경쟁에 곧바로 돌입했다. 이 가운데 이마트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에 들어가 햇고구마만 200톤을 준비했다. 한우와 수산물 등 주요 먹거리도 최대 50% 할인한다.
결국 관건은 추석이 끝난 뒤다. 명절 특수가 사라지고 홈플러스발 반사이익이라는 변수를 제외한 뒤에도 기존점 매출 증가세가 이어져야 대형마트 업황의 구조적인 회복을 말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8~9월 매출 개선에는 예년보다 빨라진 추석과 선물세트 수요, 홈플러스 점포 축소에 따른 반사이익 등 일시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명절 효과가 사라지는 10월 이후에도 기존점 매출과 고객 수가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대형마트 업황이 실제 회복 국면에 들어섰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추석이 10월에 있었던 만큼 올해 10월에는 역기저 부담이 존재한다"며 "전체 매출액보단 구매건수와 기존점 매출이 함께 개선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