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용 목초지로 쓰이던 네덜란드의 습지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벼 재배지로 탈바꿈하면서 오랜 환경 숙제인 지반 침하와 탄소 배출을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사이에 위치한 0.6헥타르(ha)(약 6,000㎡) 규모 습지에서 최근 쌀 수확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유로뉴스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들여온 30여 개 품종 중 현지 기후에 가장 적합한 종을 가려내는 실증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연구를 이끄는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와 라이덴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초밥이나 리조토 조리에 적합한 쌀 약 3톤을 수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실험 부지를 제공한 필리프 테르헤겐 씨는 "20년 전만 해도 네덜란드에서 쌀을 키운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라며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실감에 경각심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낙농 국가인 네덜란드는 전체 국토의 10%에 달하는 이탄지를 주로 소 먹이용 풀을 키우는 초지로 활용해 왔다. 문제는 이탄지의 물을 인공적으로 배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반 토양 대비 10배 이상의 탄소를 품은 이탄지가 바싹 마르면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지반이 매년 수 센티미터(cm)씩 가라앉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으려면 이탄지를 항상 젖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지만, 수분 함량이 높은 땅에서 경제성을 갖춰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그동안 마땅치 않았다. 연구진은 수몰 환경에서 잘 자라는 벼농사가 네덜란드의 고질적인 환경 오염 및 지반 침하 문제를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헤닝언 대학교의 율리안 헬펜슈타인 연구원은 이탄지 건조 문제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독일과 벨기에,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며 "벼 재배가 북유럽 지역의 기후변화 적응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논으로 전환한 경우와 기존 목초지를 유지했을 때의 이산화탄소 및 메탄 배출량을 정밀 비교 분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수집된 데이터는"고무적"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