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잔칫날, 큰손들은 왜 반도체株 던졌나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입력 2026-10-01 10:32
마이크론 영업이익률 82.3% 기록 판매량 증가보다는 단가 상승에 방점 칩스법으로 자사주 매입 어려운 점도 한계 마이크론 "2028년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함께 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폭발적인 실적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향후 성장 속도의 둔화'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화려한 숫자 이면에 숨겨진 마이크론 실적의 진짜 의미를 분석한다.

● 사상 최대 실적, 물량이 아닌 '가격'이 주인공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4분기(6~8월)에 매출 542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전 대비 379.3%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총이익률은 87.0%, 영업이익률은 82.3%에 달했다. 루이비통, 디올 같은 명품 기업을 압도할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의 주역은 제품을 많이 판 것이 아니라 '비싸게 판 것'에 있다. D램의 판매량 증가는 한자릿수 중반에 그쳤으나 가격이 10%대 후반 올랐고, 낸드플래시 역시 출하량은 10% 증가했지만 가격이 30%가량 폭등했다.

고용량 서버용 D램과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인 SSD가 불티나게 팔리며 코어데이터센터사업부(CDBU)가 회사 내 최대 사업부로 등극했다. 반면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은 범용 D램의 가격 급등세에 밀려 오히려 사업부의 이익률 상승을 가로막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 완벽한 성적표에도 실망한 이유



기록적인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 내외 내림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유를 4가지로 제시한다.

첫번째는 성장 가속도의 둔화다. 주식 시장은 실적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빨리 성장할 것인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이크론의 전분기대비(QoQ) 매출 증가율은 3분기 73.8% → 4분기 30.8% → 내년 1분기 전망치는 13.4%로 예상된다.

1분기 이익률의 일시적 후퇴도 악재로 작용했다. 마이크론이 전직원에게 성과급을 대폭 인상하면서 제조 부문의 인건비가 재고 원가에 반영됐다. 이 재고가 팔리는 1분기에는 매출총이익률이 86.25%로 떨어질 것으로 예고돼 투자자들의 실망을 불렀다.

세번째는 대규모 설비투자 급증이다. 회사는 2027회계연도 상반기에만 지난 1년치 투자액과 맞먹는 2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당장 반도체를 찍어내는 장비가 아니라 공장 건물(클린룸)을 짓는 데 쓰는 돈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이를 2~3년 뒤 반도체 가격 폭락을 부르는 공급 과잉의 신호로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족쇄가 채워진 주주환원 정책이다. 마이크론은 순현금을 683억 달러까지 쌓아 올렸다. 하지만 이를 당장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 없다.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지원법(CHIPS법)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2026년 12월 9일까지는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도록 계약이 묶여 있어서다.

● 마이크론의 반격 "이번엔 다르다"



시장의 이런 의구심에 대해 마이크론 경영진은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이 달라졌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초지능' 논리다.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으로 진화할수록 두뇌에 공급해야 하는 메모리 용량과 속도가 전체 AI 플랫폼의 성능을 결정짓는다. 과거 PC나 스마트폰 시절에는 메모리가 단순한 부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AI 지능 자체를 좌우하는 대체 불가능한 '전략물자'로 위상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장기계약(SCA)'과 '바닥가격'이라는 안전판이다. 마이크론은 현재까지 주요 고객사와 26건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회사 전체 매출의 35% 이상을 이 계약들이 책임지게 된다. 이미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시장의 반도체 가격이 아무리 폭락해도 일정 금액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바닥가격'이 설정돼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 CFO는 바닥가격으로 팔아도 과거 어떤 호황기의 최고 마진보다 높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1500억 달러에 달하는 확정된 미래 매출(RPO)이다. 이미 계약을 끝냈지만 장부상 매출로 잡히지 않은 금액이 1500억 달러에 달한다. 바닥가격을 반영해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임에도 2026회계연도 1년 매출(1332억 달러)보다 크다. 고객이 메모리를 가져가지 않더라도 약정 금액은 무조건 물어내야 하는 조건(take-or-pay)도 걸려 있다. 고객들이 미리 맡겨둔 예치금만 320억 달러에 달해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아주는 단단한 받침대가 된다는 논리다.



● '절벽' 대신 '고원' 온다

결국 이번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서 엿볼 수 있는 점는 반도체 호황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실적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꺾였지만 장기계약이라는 브레이크가 걸려 있어 과거처럼 꼭대기에서 실적이 수직 낙하하는 '절벽형' 폭락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익이 높은 고지대에서 평평하게 유지되는 '고원'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실적 자체보다 이익률이 다시 반등에 성공할지에 쏠려있다. 그리고 CHIPS법 족쇄가 풀리는 12월 9일 이후 수백억 달러의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으며 주가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해서도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2027~2028년에는 클린룸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6년보다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