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될 줄이야"…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 '두둑'

입력 2026-09-30 10:22
올해 국세 수입 3월 추경 전망보다 63.2조 늘어난 479조 올해 세수 오차율 역대 5위…"예측 어려운 반도체·증시 호황 때문"


반도체 업황 호조와 증시 활성화 등에 힘입어 올해 국세 수입이 역대 최대인 478조6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법인세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전망보다 총국세가 63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 주재로 세수추계위원회를 열고 2026년 국세수입 전망을 논의했다.

재추계 결과 올해 총국세 수입은 478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실적(373조9천억원)보다 104조7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전 역대 최대였던 2022년 395조9천억원을 4년 만에 넘어서는 규모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88조4천억원, 지난 3월 추경 편성 당시 전망보다는 63조2천억원 많다.

최종예산 대비 세수 오차율은 15.2%로 역대 5번째로 높았다. 올해보다 오차율이 높았던 해는 1950년(21.5%), 1988년(17.6%), 2000년(16.6%), 1989년(15.3%)이다.

정부는 세수 추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세수추계위원회를 정부 심의기구로 격상하는 등 노력을 펼쳤지만, 법인세를 중심으로 애초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법인세 추계를 위한 인공지능(AI) 예측모형까지 도입했지만, 반도체 업황 호조로 모형에 넣어야 하는 기업 영업이익 입력변수 자체가 급변한 것이 오차의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재경부 김병철 조세총괄정책관은 "예측하기 어려운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 등으로 전망보다 (세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반도체 영업이익은 당초 전망보다도 70∼80%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 추계 모델은 과거 실적치를 회귀계수로 추정하는 모형을 쓰는데, 우발적인 상황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을 가져다 쓸 수밖에 없는데, 이 전망이 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법인세 수입은 136조4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1조8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지난 2월 추경 당시 전망했던 101조3천억원과 비교하면 약 35조원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를 보면 작년 7월 81조원에서 올해 2월 추경 편성 때 339조원으로 늘었다. 현재 시장 전망은 638조원으로 추경 때의 2배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봐도 2월 시장 전망은 각각 79조원·67조6천억원이었지만, 실제 실적은 146조7천억원·98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소득세도 예상보다 많이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올해 소득세 수입을 152조4천억원으로 재추계했다. 본예산(132조원)과 추경 당시 전망치(136조8천억원)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반도체·금융업계 성과급 증가와 임금상승률 확대, 반도체 기업의 특별배당, 주택거래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근로·배당·양도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소비 회복과 수입액 증가에 따라 부가가치세도 본예산과 추경 전망보다 각각 2조4천억원 증가한 89조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상반기 증시 호조의 영향도 컸다. 증권거래세는 12조4천억원, 농어촌특별세는 20조3천억원으로 재추계됐다. 올해 본예산 편성 때(5조4천억원·8조5천억원)와 비교하면 두 세목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추경 대비 4천억원 늘어난 5조1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정부는 재추계했다.

세수가 크게 늘면서 내년 정부가 운용할 미래대응기금의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재추계에 따라 미래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과세수'는 56조2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기본 재원인 '추가세수' 162조3천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이론적으로 최대 약 218조원을 기금 재원으로 조성할 수 있다.

정부가 이달 초 발의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중 전입금, 기금운용수익금 등을 미래기금 재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초과세수는 '내국세' 세입예산 중 애초 내국세 세입 예산액(추경 편성시는 추경 기준)을 넘는 금액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 가운데 내국세 부분으로 한정한 셈이다.

김병철 정책관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미래기금 관련 법에는 초과세수를 미래기금에 전입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관계 부처에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