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방문한 레오 14세 교황이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로마 가톨릭 교황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는 건 2008년 9월 베네딕토 16세 이후 18년 만이다.
교황은 프랑스 수도 파리를 시작으로 가톨릭 대표 순례지인 남부 루르드, 독일과 맞닿은 접경 도시이자 유럽연합(EU) 창설의 상징적 장소인 메츠까지 세 곳을 찾는다.
교황은 첫날인 25일(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한 프랑스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로이터 통신은 그간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각국 정부에 업계 감독을 촉구해온 교황이 이번 연설에서도 같은 문제를 다룰 것으로 내다봤다.
교황은 이어 화재 피해를 딛고 복구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집전한 뒤, 파리 북부 외곽에서 청년 신도들과 심야 기도 시간을 갖는다.
교황의 이번 방문이 유독 주목받는 배경에는 프랑스의 정책 행보가 있다. 프랑스는 2024년 세계 최초로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올여름에는 조력 사망까지 법제화하며 생명 존중을 앞세우는 가톨릭 교리와는 반대 방향을 선도해왔다. 교황이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훈장 수여와 각종 환대 행사를 모두 사양하고 종교 일정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을 두고, 조력사 법제화 등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반영된 결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사회와 종교를 철저히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이 뿌리 깊은 프랑스에서 이번 방문이 그 원칙과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AP 통신은 짚었다.
26일에는 파리 콩코르드 광장과 샹젤리제 대로에서 야외 미사를 연다. 이번 미사에는 60만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28일에는 동부 메츠에서 '평화와 통합을 위한 유럽의 뿌리'를 주제로 연설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27개 회원국 정상을 모두 초청했지만 실제 참석자 명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순례지 루르드에서는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피해자 7명과 만난다. 2021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지난 70년간 약 33만명의 아동이 성직자나 교회 소속 평신도들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