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은 물론 원화 가치와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미 국채 장기 금리 상승의 구조적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 선을 넘나들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 압력이 커진 데다 대형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채권 발행 확대, 미국 국채의 안전 자산 지위 약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커뮤니케이션 축소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상승 압력은 유럽과 일본을 거쳐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를 웃도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국고채 금리 상승이 기업과 가계의 금융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장기 국고채 금리는 이미 초장기물 공급 확대와 보험사의 매수 기반 약화 등 국내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어 대외적인 금리 상승 압력이 더해질 경우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고채 금리는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를 결정하는 준거 금리 역할을 하는 만큼 장기 금리 상승은 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져 신용 스프레드까지 확대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 연구원은 지적했다.
가계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가계 대출은 변동 금리 비중이 높은 만큼 시장 금리 상승이 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금리 상승이 원화 약세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미국 국채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달러 약세라는 이례적인 조합이 나타나면서 한때 1,550원 수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달러 약세를 통해 원화를 절상시키는 이 같은 경로가 우세했지만, 미국 국채 시장의 조정이 급격한 시장 불안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 금융 시장의 위험 회피로 확산하면서 원화를 절하시켜 환율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증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미래의 현금 흐름에 의존하는 성장주일수록 할인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고, 이는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그는 짚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을 당시 코스피는 5.8% 급락했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미국 장기 금리의 추가 상승이 미국 증시 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위험 선호 위축과 외국인의 자본 유출을 통해 국내 증시로 전염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