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장바구니 '허리'가 사라졌다"…5만원 아래 사고, 100만원 넘게 쓴다

입력 2026-09-24 06:00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추석 장바구니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세트에 소비자가 몰리는 반면 백화점에서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상품이 인기다.

무조건 지갑을 닫기보다 평소 소비에서는 가격을 따지고, 특별한 선물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는 '선택적 소비'가 명절 선물 시장에서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마트는 ‘가성비‘…10명 중 7명 '5만원 아래'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지난 8월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5만원 미만 상품이 전체의 72.2%를 차지했다. 5만~10만원 상품은 18.6%, 10만원 이상은 9.2%였다.

이 가운데 5만원 미만 상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3.6% 증가했고, 5만~10만원대 상품은 19.1% 늘었다. 전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도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개별 상품 가운데선 4만원대 완도 활전복, 7만원대 옥돔·갈치, 9만원대 수입 LA식 꽃갈비 등이 가격을 낮추면서 상품 구성을 차별화한 제품들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서 5만원 미만 상품 비중이 57.5%로 가장 높았다. 5만~10만원은 33.5%을 기록했다. 다만 10만원 이상은 9.0%에 그쳤다.

특히 롯데마트의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33%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고물가에 따른 수요를 겨냥해 올해 5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세트 품목 자체를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전체 사전예약 매출 역시 전년보다 14.9% 증가했다.

마트의 장바구니만 놓고 보면 올해 추석 소비의 핵심 키워드는 '가성비'로 정리된다.

▲"백화점 가니 달라졌다"…69만원 한우 '완판'



백화점에 들어서면 소비 풍경은 정반대로 바뀐다. 가성비보단 품질과 희소성을 앞세운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들였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50만원 이상 상품의 매출 비중은 44.7%에 달했다. 가격대별로 50만~100만원이 30.5%, 100만원 이상이 14.2%였다. 반면 10만원 미만은 14.2%에 불과했다.

전체 예약판매 매출도 지난해보다 62.1% 증가했다. 품목별로 농산은 62.8%, 축산은 57.4%, 수산은 35.5% 증가했다. 특히 와인은 무려 431.9% 급증했다.

이보다 고가인 상품도 판매됐다. 1++등급 가운데 상위 3% 수준의 암소 한우로 구성한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한우 더 시그니쳐' 가격은 320만원에 달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와인셀라에서는 1,000만원이 넘는 부르고뉴 와인 등 초고가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한 가운데 50만~100만원 상품 비중은 24.6%, 100만원 이상은 13.2%로 집계됐다. 50만원 이상 제품을 합치면 전체 매출의 37.8%에 달한다.

이 가운데 69만원짜리 '현대명품 한우 소담 매'는 판매 시작 이후 조기 완판됐다. 현대백화점은 마블링 최고 등급인 No.9 한우로 구성한 300만원짜리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도 선보였다.

초고가 제품은 한우를 넘어 와인으로 확대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추석에 '페트뤼스 18병 버티컬 컬렉션'을 3억6,000만원, '르루아 2종+리델 글라스 세트'를 1억2,000만원, '발베니 50년'을 8,500만원에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역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수산 선물세트가 140%, 떡·한과 등 전통 간식류가 100% 증가하는 등 품질과 희소성을 앞세운 제품에 수요가 몰렸다.

▲사라지는 '소비 허리'…'선택적 소비'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무조건 싼 상품이나 비싼 상품만 찾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프리미엄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마트의 앞선 사전예약 집계에서는 2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75.5% 증가했다. 양주가 115.1%, 굴비가 79.9%, 한우가 29% 각각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10만원 이상 상품 비중이 지난해 5.5%에서 올해 9.0%로 높아졌다.

반대로 백화점에서는 무조건 비싼 상품만 팔리는 것도 아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10만원 안팎의 돈육과 김, 발사믹 등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현대백화점에서는 고급 한우를 소포장해 가격 부담을 낮춘 제품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올해 추석 소비의 특징은 단순한 '부자와 서민의 소비 양극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비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품목에는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반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에는 수백만원도 아끼지 않는 이른바 '선택적 소비'가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판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마트는 3만~5만원대 실속형 상품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10만~20만원대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백화점은 소포장 실속 상품과 수백만원대 희소 상품을 동시에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가격대별 소비 수요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며 "가성비 상품뿐 아니라 품질이나 희소성이 확실한 상품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