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호전으로 BNK금융지주가 2022년 이후 약 4년 만에 외국계 증권사에게서 받았던 '매도' 의견을 벗어났다. 기업은행도 올해 5월 이후 넉 달 만에 매수 의견을 되찾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발간한 한국 은행업종 보고서에서 기업은행과 BNK금융지주의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매수'로 두 단계 상향했다. 기업은행에 대해 목표주가를 2만 5천 원으로 종전 1만 7천 원에서 47.1% 높였고, BNK금융은 1만 4천 원에서 2만 원으로 42.9%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세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이들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두 은행의 투자의견 상향과 함께 2026년~2028년 순이익 추정치도 각각 평균 5%씩 높였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 연체율 우려를 덮을 만큼 거시경제 지표가 우호적”이라며 투자 의견 상향 배경을 밝혔다. 올해 수출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는 가운데 소비·기업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9월 수출액은 714억 9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3% 증가했다. 연간 누적 수출액은 7649억 달러, 1~7월 경상수지 흑자는 2330억 9천만 달러에 달한다.
앞서 한국은행은 이러한 경기 개선 속도에 맞춰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두 차례 연속 올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에서 3.3%로 높였다.
다만, 은행주 밸류에이션을 가늠할 연체율은 오름세다. 7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1.00%였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원은 "연체율이 소폭 오를 수는 있지만 전반적 경제 여건이 강해지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거시경제 개선이 통상적인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자산건전성 우려도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기업 실적 호조로 늘어난 법인세수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투자에 쓰일 재정 여력을 만들고, 연말 기술기업 성과급이 민간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봤다.
◆ 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 비중 83%…"대손비용 줄면 순익 개선 가능”
국내 은행주 가운데 두 은행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한 핵심 배경은 높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 83%, BNK금융 57%로 4대 은행 평균(41%)을 크게 웃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두고 "경기 하강기에는 가장 취약했지만 회복기에는 실적 반등을 위한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대손비용이 약 5bp 개선될 때마다 순이익은 기업은행이 4.0%, BNK금융이 5.0% 늘어 업종 평균(3.2%)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과 경남 지역 중소기업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과거 취약한 수익구조라는 진단을 받던 BNK금융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박 연구원은 "2022~2024년 충당금을 공격적으로 쌓은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추가 적립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골드만삭스가 지목한 기업은행과 BNK금융, 중립의견에 그친 iM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대형 은행보다 수익률이 35%포인트 뒤처졌던 은행들이다.
박 연구원은 “이들 주식은 대형 은행주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사이클에서 소외되어 올해 연초 대비 35%, 2024년 고점에서 95% 하락했다”며 “현재 밸류에이션은 대형주 대비 역사적 최저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4대 금융지주 대비 이들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할인율은 약 50% 수준에 그친다.
다만 이들 기업에 대한 일부 할인 요소는 남아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으로서의 유연성 부족, 대형주 대비 낮은 자본비율’이 약점으로 꼽혔고, BNK금융은 예상보다 약한 경기반등이 있거나 당국의 개입, PF 부실 위험이 재발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보고서에 담긴 iM금융지주는 경영진이 약속한 자본수익률 공약이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되었고, 실적의 회복 탄력이 낮아 투자의견 중립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도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뚜렷한 단기 모멘텀은 크지 않지만 우려와 달리 3분기 은행 실적도 전분기 대비 추가 증익이 기대된다"며 실적 시즌을 겨냥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형 은행은 부실채권(NPL) 커버리지비율이 100%를 밑돌아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더 쌓을 가능성이 높아 이와 관련한 건전성 개선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