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뽑지 않고 피부에 부착한 패치만으로도 체내 약물 농도와 분해 시점을 정밀 추적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환자 맞춤형 복약 관리는 물론, 운동선수 도핑 검사와 마약류 검사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호상·유용상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해당 센서 개발과 함께, 논문 게재(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 지난 10일 온라인 게재)에 대해 2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카페인을 모델 약물로 활용해 땀 속 대사물질의 변화를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카페인 135mg을 섭취한 뒤 시속 8km로 러닝머신 운동을 했다. 이후 30분 간격으로 팔뚝에 부착한 패치를 교체해 땀 속 대사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카페인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파라잔틴의 시간대별 변화 양상을 확인했다.
그 결과, 사람마다 카페인 분해 속도는 달랐다. 마신 지 90분 만에 파라잔틴 수치가 급격히 치솟는 참가자도, 서서히 올라가는 참가자도 있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간 효소가 사람마다 활성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개인별 차이를 그래프로 한눈에 보여주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땀에 요소 등의 노폐물이 포함되어 있어 분석이 쉽지 않은 문제를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했다. 먼저 필터 역할을 하는 ‘금 나노 젤’ 패치다. 이 패치는 땀이 닿으면 미세 통로가 열리며 분자량 480~580g/mol 이하의 작은 분자만 선택 흡수한다. 센서를 오염시키는 거대 단백질은 걸러내고, 내부 금 나노입자가 약물 신호를 100만 배 이상 증폭한다. 패치는 200회 이상의 굴곡·비틀림 변형에도 성능이 유지됐으며, 쥐 피부 3일 부착 시험에서도 면역 반응이나 염증 손상이 전혀 없었다.
두 번째는 약물 농도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AI다. AI 알고리즘은 사람이 구분하기 어려운 복잡한 땀 속 신호를 분석해 각 물질의 농도를 정량화했다. 땀 배출량을 반영하는 요소를 기준으로 약물 비율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발한량 변화나 땀 증발의 영향을 줄이고, 체내 약물 농도와 분해 시점을 보다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정호상 교수는 “채혈의 고통 없이 피부 위에서 체내 약물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며 “향후 환자별 최적의 투약 간격을 설정하는 맞춤형 치료와 운동 피로도 관리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상 교수는 “신체 움직임이나 땀 분비 변화에도 신호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며 “스포츠 선수의 불법 도핑 약물이나 마약 투약 여부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가려내는 간편 검사 장비로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사물인터넷(IoT) 연계 건강관리 기기와 현장형 도핑·마약 검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편, 해당 연구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6년도 문화기술 연구개발사업, 보건복지부의 재원을 통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STEAM 연구사업(글로벌융합연구지원), 한우물파기 기초연구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한국재료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