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맞고 시력 잃었다"...제약사 상대 '줄소송'

입력 2026-09-20 18:52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고 시력 상실을 겪었다는 미국인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며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NAION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이 병으로 시력이 손상되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한 개인 상해 전문 로펌은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하다 NAION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신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뉴저지주 법원에 90건이 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GLP-1 치료제가 NAION을 유발했고, 회사들이 이런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송이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도 제기돼 있다.

다만 GLP-1 치료제와 NAION의 인과관계는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면 NAION 발생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비교군보다 약 2배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위험이 2배가 되어도 절대적인 발생률은 낮아 평균 복용자 1만명당 약 2명 정도가 NAION에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한 안과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는 발병 위험이 약 8배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보 노디스크가 지원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GLP-1 치료제가 NAION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GLP-1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중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원래부터 NAION 위험을 높이는 질환을 가진 사람이 많아 연구 결과가 엇갈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GLP-1 치료제와 NAION 간 연관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관련 경고 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보고 관련 제품 설명서에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덴마크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한 뒤 NAION이 발생한 환자 27명이 150만달러(약 21억원)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고 추가로 38건이 심사 중이다. 덴마크는 노보 노디스크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이는 희귀·중대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약물이 NAION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국검안협회는 2025년부터 GLP-1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게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안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