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지형에서는 '최초 신약(First-in-Class, FIC)'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나온 약을 더 좋게 만드는 '최고 신약(Best-in-Class, BIC)' 시장에선 압도적인 임상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바이오가 BIC 분야에서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형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발 기술이전 규모가 1,100억달러(약 147조원)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FIC는 신규타깃 발굴, 검증 및 임상에 진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지만 임상에 진입하는 순간 성공률이 1상 기준 69%로 상당히 높아진다. 게다가 임상에 성공하게 되면 새로운 시장을 통째로 열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다. 등장 당시엔 검증되지 않은 PD-1 타깃이었지만, 지금 그 하나의 타깃이 70조원대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을 만들었고 키트루다는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신약개발 전문기업 지놈앤컴퍼니가 자체 발굴한 신규타깃 'CNTN4'로 세상에 없던 원리로 처음 만드는 '최초 신약(First-in-Class, FIC)'에 도전한다.
▲신약개발에 승부수…신규타깃 발굴 능력 인정
국내 신약개발 시장에서는 남을 개선하는 경쟁이 아닌 '없던 것을 만드는' FIC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의 희소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는 새 타깃 하나가 검증되면 통상 1조7천억~16조1천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빅파마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지놈앤컴퍼니는 유전체 분석 기반 자체 플랫폼 '지노클(GNOCLE™)'로 남들이 보지 못한 신규 표적을 발굴해왔다.
이 플랫폼을 통해 지난 2024년 스위스 디바이오팜에 신규타깃 ADC 항체 Debio0633을 기술이전했고(총 계약규모 약 5,864억원), 2025년에는 영국 엘립시스 파마에 CNTN4 타깃 EP0089를 기술이전했다.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이 잇따라 글로벌 파트너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신규타깃 발굴 및 검증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세상에 없던 항암제 타깃 'CNTN4'…첫 환자 투약 임박
EP0089의 타깃인 CNTN4는 기존 면역항암제(PD-L1)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에서 발현율이 높다. 위암 62%, 간암 57%, 흑색종 56% 등이다. CNTN4를 억제하면 잠들어 있던 면역세포(T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는 기전이다. 같은 타깃을 개발하는 경쟁 약물은 아직 없어 명확한 FIC로 분류된다.
시장 규모는 이미 검증된 유사 사례로 유추가 가능하다. 지난 2025년 글로벌 매출 기준 PD-(L)1 타깃 하나가 만들어낸 프랜차이즈 매출은 약 67조원이다. ADC(항체-약물접합체) 모달리티에서 새로운 타깃이 검증됐을 때 형성되는 시장 규모도 최소 1조7천억원에서 최대 16조1천억원에 달한다.
지놈앤컴퍼니가 기술이전한 CNTN4 타깃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EP0089는 현재 영국 엘립시스 파마에서 글로벌 임상 1/2a상의 첫 환자 투약을 앞두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게자는 "임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신약개발 특성상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면서도 "이번 임상 결과에 따라 '최초 타깃'만이 가질 수 있는 파급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