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찍고 미국 마트도 점령…K-뷰티, 숨은 강자 나온다

입력 2026-09-15 05:30
K뷰티가 미국 아마존에 이어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K뷰티를 앞세워 뷰티 매장을 확대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미국 진출 공식도 '온라인 직구'에서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로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온라인에서 제품력을 검증받은 K뷰티가 미국 주류 유통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북미 성장 공식도 '온라인 흥행'에서 '오프라인 침투'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브랜드사뿐 아니라 유통업체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까지 수혜가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상품군"…타깃, K뷰티에 '러브콜'



15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겟은 지난 10일부터 미국 전역 611개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새로운 뷰티 전문 공간인 '타겟 뷰티 스튜디오(Target Beauty Studio)' 운영에 들어갔다.

타겟 뷰티 스튜디오에는 90개 이상의 프리미엄·신흥·글로벌 브랜드와 1600개 이상의 제품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어뮤즈와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을 비롯해 카자, 닥터멜락신, 퓨리토서울, 성분에디터, 이퀄베리 등 12개 K뷰티 브랜드들이 이름을 올렸다.

세포라 역시 K뷰티 공략에 적극적이다. CJ올리브영과 손잡고 지난달부터 미국과 캐나다 약 580개 매장에 K뷰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K뷰티의 미국 오프라인 진출은 국내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제품을 기획해 생산하는 글로벌 K뷰티 브랜드 '예쁘다(Yepoda)'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포라 매장에서 K뷰티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예포다는 지난달 미국 세포라에 공식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전역 660개 이상의 세포라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하며 소비자 접점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결구 K뷰티가 미국 대형 뷰티 체인의 현지 판매망을 활용해 한국 화장품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달라진 성장 공식…K뷰티 '성장 2단계' 돌입



그동안 K뷰티의 미국 진출을 이끈 핵심 채널은 단연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SNS와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이 알려진 뒤 아마존 판매 순위가 상승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미 판매력을 입증한 브랜드들이 타깃과 세포라, 울타뷰티 등 미국 주요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진출하면서 성장의 '2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는 단순히 판매 채널 하나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테스트하고 구매할 수 있어 신규 고객 확보가 쉬워지고, 온라인 중심 브랜드가 가진 인지도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K뷰티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며 "개별 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넘어 K뷰티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뷰티 카테고리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美 오프라인 확대 수혜 원픽은 '에이피알'



여의도 증권가에선 미국 대형 유통업체의 K뷰티 러브콜의 최대 수혜주로 에이피알을 꼽는다. 이미 미국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형 오프라인의 유통망 확대가 성장세를 지속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에이피알의 올해 2분기 미국 매출은 3,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6% 급증했다. 전체 매출 7,675억원의 49%에 해당하는 규모다. 북미와 유럽을 합친 매출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0%에서 올해 2분기 68%까지 뛰었다.

이 과정에서 타겟과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는 등 미국 매출의 성장 방식이 달리진 점이 긍정적이란 평가다. 실제 에이피알의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는 타겟 1500개 이상 매장에 입점한 데 이어 월마트 약 3,000개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올해 남은 기간엔 코스트코 입점도 예정돼 있다.

미국 오프라인 뷰티 시장 규모가 온라인보다 약 1.5배 크다는 점도 추가 성장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온라인에서 이미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메디큐브가 오프라인에서도 판매 회전율과 재주문율을 끌어올릴 경우 미국 매출의 추가 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에이피알의 미국 오프라인 뷰티시장 진입은 초기 단계"라며 "채널 침투율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

▲"브랜드만 웃는 게 아니다"…코스맥스·한국콜마 '숨은 수혜주'



K뷰티의 미국 오프라인 확산은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다.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 상당수가 자체 생산시설 대신 ODM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해외 판매량이 늘어나면 제조업체의 수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대형 유통망 입점은 온라인 판매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물량 공급 능력이 요구된다. 타깃이나 세포라 등 수백개 매장에 동시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생산능력과 미국 현지 대응력을 갖춘 국내 ODM 업체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화장품주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개별 브랜드의 단기 히트 여부에서 해외 유통망 확대와 생산량 증가 여부로 이동하고 있는 배경이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 화장품 시장은 오프라인 소비 비중이 높은 만큼 K뷰티 브랜드들의 현지 대형 유통채널 입점 확대가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브랜드 판매량 증가가 생산 주문 확대로 이어지면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국내 대형 ODM 업체에도 중장기적인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