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 '급부상'...삼전닉스 '풀썩'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09-14 14:27
<앵커>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의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가 지난 주말 올린 장문의 글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아모데이의 주장에 빅테크 수장들까지 동조하면서 관련 인프라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마켓 딥다이브, 증권부 김종학 기자와 함께합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장 하락이 상당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밀리면서 6,600선까지 내려왔는데, 외국인 이탈이 재개되는 양상이죠?

<기자>

SK하이닉스가 오후 2시 현재 약 5%대, 삼성전자가 3% 넘게 밀리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이후 수급이 악화하면서 외국인은 정오 무렵까지 2조 3천억 원 상당을 순매도하고, 기관도 6천억 원 가까이 팔면서 시장이 힘을 잃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수요 위축 공포,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 진전 소식등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키운 겁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은 2조 원 넘게 사들이면서 이 물량을 받아내고 있고, 종목별로 코스피200을 두 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상장지수펀드, 미국 반도체 3배 상장지수펀드 등이 거래 최상위에 올라 하락에 강한 매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는 보관액 기준 52억 달러, 올해에만 24억 달러어치로 거래 상위에 올라 투자자들의 체감 손실 폭은 상당하지만 시장 반등을 기대한 개인 매수가 유입되는 양상입니다.

미국 뉴욕 시장도 야간 선물 시장에서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나스닥 선물이 1% 넘게 내리면서 반도체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하락이 크게 나타나고 있고, 다우와 S&P500 지수 선물도 0.5% 가량 약세입니다.



<앵커>

이번 하락의 진원지부터 따져보죠. 곧 상장을 앞두고 있는 미국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가 왜 굳이 지금 시점에 속도 조절론을 꺼내든 걸까요?

<기자>

다리오 아모데이가 현지시간 토요일 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에세이인데, 핵심은 이런 겁니다. 차세대 AI 개발에 인간이 관여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니 이를 늦추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발언을 꺼낸 배경은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AI의 재귀적 자기개선' 즉,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오픈AI의 허깅페이스 해킹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파괴적인 사이버 공격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앤트로픽의 페이블 또는 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면 누구나 봇넷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을 정도가 됐는데, 단순 검색을 대체하거나 시스템을 운용하는 수준까지 가능해지면서 앞으로 1년 안에 이러한 봇넷이 인터넷 전체를 잠식해 마비시킬 수 있다고 아모데이는 주장합니다.

오픈AI의 고성능 모델이 스스로 샌드박스로 불리는 개발환경을 벗어나 해킹에 나선 것도 그 잠재적 영향을 인류가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담겼습니다. 당장은 인명 피해가 없지만 수년내 유사한 사고가 경제적으로나 인명 피해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경고인데, 관련한 정책에 반발한 핵심 엔지니어가 퇴사하는 등 내부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 대안들도 담겨 있습니다.

<앵커>

인간의 지능을 위협한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회의론처럼 들리는데, 경쟁사 최고경영자들까지 나서서 이 문제에 동조했단 말이죠. 서로 경쟁을 해야할 기업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면서, 미리 조율이 된 발언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나온다고요?

<기자>

미국 주요 인공지능 개발 업체들 사이의 사전 교감은 이미 올해 내내 지속되어 왔습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등 3개 기업은 이미 7월부터 최고경영자와 실무진의 워킹그룹을 만들어 업계 공동 표준기구 설립을 정기적으로 논의해왔습니다.



이미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제안한 자율규제기구 성격인데, 허사비스는 이번 에세이 공개 직후에도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세부 사항은 다듬어야 하지만, 중대한 순간에 대응할 옳은 방향”이라고 옹호했습니다.



심지어 앙숙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도 이번 사안에 동조하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묘하게 백악관의 입장은 다릅니다.

백악관의 과학기술 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색스는 ‘최첨단 기술의 개발 속도를 조절한다는 책임있는 결정은 지지한다’면서도 누군가의 허락을 요구하지 말라고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사이버공격 등의 위험을 언급하며 개발을 늦추려는 해명 뒤에서 담합을 한다거나, 신뢰 가능한 성능을 위해 일부 개발을 포기하는 등의 ‘사업 전략을 포장하지 말라는 경계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앵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번 사안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시각은 후퇴한 것 같군요?

<기자>

현재 인공지능 모델 개발 경쟁은 미국이 중국보다 AI 인프라에 6~7배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모델 성능 격차는 오히려 빠르게 좁혀지고 있죠.



오픈 웨이트 모델, 낮은 비용을 내세워 전 세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허깅 페이스에서도 중국 모델의 비중이 40%를 넘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는데, 압도적으로 앞서지 못하는 상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아일랜드 더블린 순방중 ‘AI 개발 속도 조절을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AI에서 중국에 앞서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나라라며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드레일을 둘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세력들이 나서서 제기할 필요도 없는 문제를 들추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앵커>

하필 상장을 앞둔 시점에 앤스로픽이 이런 문제를 먼저 꺼냈단 말이죠. 시장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면서요?

<기자>

당장 기업공개를 앞둔 앤트로픽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시각이 나옵니다.

시장 분석기관인 바이탈 날리지는 이번 에세이가 ‘앤트로픽이 자신들의 제품이 인터넷을 셧다운 시킬 만큼 강한 성능’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 대한 고성능 반도체 판매 금지와 미국 모델에 대한 무단 증류에 대한 단속 요구 등이 담겨 중국의 오픈웨이트 개발을 늦추려는 산업 전략적 문서로도 읽힌다는 겁니다.

앤트로픽은 나스닥에 내달 약 2조 달러 가치로 역대 최대 규모의 상장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조정 영업이익 기준 2개 분기 연속 흑자로 2분기 매출액은 115억 달러, 1년 만에 14배 뛰고 연환산 매출이 650억 달러로 반 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몸값이 뛰고 있습니다.

속도 조절이 아니라 오히려 개발과 투자를 가속해 경쟁사를 따돌릴 위치에 있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앤트로픽의 사업적인 성과와 별개로 투자 감속 발언은 그동안 시장에 잠재해있던 인프라 기업의 매출 둔화 논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UBS 분석으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이 올해 76% 늘지만 내년에 25%, 내후년엔 6% 증가로 둔화하면서 부채 발행으로 이를 감당할 전망입니다.

또한 아폴로 매니지먼트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연간 인공지능 서비스에 적어도 2030년까지 1조 5천억 달러에서 2조 달러의 매출이 일어나야 현재의 자본지출을 소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지금까지의 인프라 투자를 위협할 수준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주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까지 예고되어 있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죠?

<기자>

시장의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이 바로 우리시간으로 목요일 새벽에 나올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인데, 이번에 25bp 인상한 연 3.75%에서 4% 금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원 물가가 연 2%를 향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고, 지난 금요일 나온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충격이 연준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만약 이번에 인상한다면 2023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셈입니다.

관건은 이미 매파적 기류를 반영한 선물시장과 연일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채권 시장에 연준이 남길 신호들입니다.

이번 한 번 인상에 끝나는 미니 긴축이라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차입비용에 대한 우려는 덜 수 있게 됩니다.

관련 업계의 가늠자 역할을 해온 오라클의 행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부채를 끌어안은 오라클은 래리 엘리슨이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하면서 시장의 부담을 다소 덜어낸 상태입니다.

JP모건 등은 연준이 신뢰를 회복하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오히려 기대 인플레이션과 만기가 긴 채권을 떠안는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이 눌리면서 결과적으로는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