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띄운 코스피, 중동 악재에 찬물…이번주 7,000선 안착할까

입력 2026-09-13 14:49
수정 2026-09-13 16:13


지난 한 주 국내 증시는 오픈AI의 새 인공지능(AI) 모델 '아스트라'가 불러온 반도체 기대감에 힘입어 한때 '7천피'를 되찾았지만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격화에 따른 고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나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222.7포인트(3.33%) 상승한 6,909.91로 거래를 마쳤다.

주초 코스피는 4% 넘게 급등하며 출발한 뒤 7,000선 근방에서 공방전을 이어가다 9일 7,051.64로 마감, 7월 23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7천피'를 회복했다. 아스트라 출시로 고용량 제품 수요가 확대되며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기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팀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주식전략가가 코스피 목표치 12,000을 유지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본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중동발 악재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이란의 대리세력 가운데 하나인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주요 거점을 잇달아 점거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는 단숨에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자 미국 국채금리도 뛰었다.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5%선 턱밑까지 치솟았다.

이에 코스피는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다시 7,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주(7∼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9조9천104억원과 2조1천259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3조5천900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최근 주요 수급주체로 부상한 기타법인도 8조4천90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외국인 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스퀘어(3천512억원), 대한항공(1천417억원), SK이노베이션(1천378억원), 현대모비스(1천283억원), LS ELECTRIC(1천21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주간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조4천391억원), SK하이닉스(1조2천74억원), 한미반도체(2천975억원), DB하이텍(2천328억원), 삼성전자우(1천482억원) 등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주보다 6.95포인트(17.67%) 오른 46.28로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하며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9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86% 뛰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0.96% 올랐다.

연일 치솟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안도감이 확산했다. 브렌트유 11월물 선물은 전장보다 3.02달러(2.81%) 내린 배럴당 104.6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선물은 2.43달러(2.37%) 하락한 배럴당 100.0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란과 걸프지역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현지시간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 급등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완화됐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다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전문가 전망치(0.2%)를 소폭 웃돌았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이번 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12일 오후 기준 86.3%까지 높아졌다

이에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CPI 발표 직후 장중 4.99%대까지 오르며 5% 선에 바짝 다가섰다가 국제유가 반락 등의 영향을 받아 이후 4.9%대 초중반으로 되밀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81% 올랐으나, 마이크론(-0.22%), 샌디스크(-3.50%), 웨스턴디지털(-2.98%), 시게이트(-3.73%) 등 메모리·스토리지 업체들은 대부분 약세를 보이는 등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중국 딥시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를 크게 줄인 초저가 인공지능(AI) 모델 'V4.1 플래시'를 공개해 수요둔화 우려를 자극한 데다,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쑤이위안커지(엔플레임)가 중국 본토 증시 상장 첫날인 11일 179% 급등하며 중국 반도체 자립에 대한 경계감을 키웠다.

다만,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전날 급락에 대한 저가매수가 유입되면서 0.94% 상승 마감했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와 관련된 주요 지표는 일제히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3.25%, MSCI 신흥지수 ETF는 1.25%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81% 올랐고 러셀2000 지수와 다우 운송지수도 각각 0.45%, 0.32% 상승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0.97% 올랐다.

이번 주 국내 증시의 최대 변수는 15∼16일 예정된 FOMC가 될 전망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결정보다는 점도표와 워시 의장의 발언에 따른 미국 30년물 금리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에는 이미 2027년까지 세 차례 추가 인상이 반영돼 있으며, 6월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던 것과 달리 7월 회의에서는 3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만큼 점도표 상향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금리 상방 요인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FOMC 이후에도 금리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스트라 효과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다시 '7천피'를 회복했던 만큼 AI 산업 성장에 따른 한국 증시의 수혜 가능성이라는 기본적인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대외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나 펀더멘털 훼손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