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고질적인 재정 불안에 폭염 피해까지 겹치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춰 잡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올해 경제성장률을 0.5%, 내년은 1.0%로 각각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제시했던 0.7%보다 0.2%P 낮아진 수치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 성장을 예상했지만, 2월 말 이란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면서 전망치를 수 차례 내렸다.
프랑스 국가통계청(INSEE) 역시 지난 1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4%로 낮춘 바 있다.
레스퀴르 장관은 "올해는 서로 다른 유형의 네 가지 충격이 겹친 극심한 위기"라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 에너지 가격 급등, 여름철 극한 기상, 차입비용 증가를 그 이유로 꼽았다.
앞서 프랑스 생태전환부는 지난달 올여름 폭염과 산불·가뭄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3∼0.5%에 해당하는 100억∼150억유로(약 15조6,000억∼23조4,000억원)의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프랑스 국채 금리는 주변국보다 더 가파르게 뛰었고,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월 3%대 초반에서 이날 4.448%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와의 격차도 94.5bp(1bp=0.01%P)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국채 금리의 독일 대비 스프레드는 이미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한참 앞지른 상태다.
올해 1분기 기준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GDP 대비 117.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평균인 88.9%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5.1%로 루마니아·폴란드·벨기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레스퀴르 장관은 "5%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올해 재정적자를 GDP 대비 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사실상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