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주유할 판"…2배 뛴 기름값에 파업 확산 [글로벌 pick]

입력 2026-09-11 20:39
이란 정부, 휘발유 보조금 정책 축소·가격 인상 트럭·택시·배달노동자 파업에 연료난 겹쳐 운송업계 혼란


이란 정부가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자 트럭·택시 운전사들의 항의와 파업이 이란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지난 7일 일부 휘발유 가격을 L(리터)당 약 0.04달러 수준으로 2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보조금으로 채울 수 있는 할당량을 초과해 주유하는 차량이 이번 인상의 대상이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수년에 걸쳐 보조금 할당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왔으며, 전쟁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촉발된 경제난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는 가격 자체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그러나 이란인 대부분의 월수입이 10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어서 이번 인상이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 트럭·운전자 노동조합에 따르면 가격 인상 이후인 10일 이란 동부 케르만주에서는 택시기사 120명이 보조금 지급 연료 할당량 감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란판 우버로 불리는 배달·카풀 서비스 스냅 기사들도 이번 주 각지에서 파업에 나섰다. 스냅은 300만명의 기사를 두고 있는 이란 최대 민간 고용주 중 하나로 꼽힌다.

스냅 기사 수십 명은 지난 7일 이란 서부 산업 중심지 아라크의 도지사 집무실 앞에 모여 "더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테헤란 동쪽 도시 셈난의 주요 간선도로에서도 스냅 기사들이 차량 행렬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컨테이너 물동량 대부분을 처리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반다르 항구 트럭 기사들 역시 파업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트럭·운전자 노조 명의 성명에서 연료비 인상에 대해 "운전자와 그 가족들이 주머니에서 사비를 털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더는 이러한 압박을 견딜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가격 인상 직전에는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으려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주유소에서 기름이 동나는 일도 벌어졌다. 기름을 구하지 못한 일부 운전자는 도로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이란 운송업자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전쟁 초기 교전이 한창이던 때도 겪지 않았던 연료난을 지금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란 국립 트럭운전자협회의 잘랄 무사비 부회장은 관영 이란노동뉴스통신(ILNA)과의 인터뷰에서 "기사들은 전쟁 중 미사일 공격에도 화물을 운송하느라 바빴고 단 한 시간도 화물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늘날 기사들은 기름을 넣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