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서류에 노출된 주소를 보고 찾아온 남편에게 가정폭력 피해자가 살해당하는 비극이 발생해 최근 충격을 안긴 가운데, 정치권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인 김은혜 의원(경기 성남분당을)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돼 범죄에 악용되는 일을 막기 위해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소송 관계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 법원이 주소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당사자의 신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의 경우 이 같은 제도를 알지 못해 이혼 소송 등의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상대에게 노출해 범죄 피해를 볼 위험이 크다.
김 의원이 발의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소송 관계인의 신청이 없어도 법원이 직권으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경기 광주시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30대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를 신고하고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음에도 소장에 기재된 은신처 주소가 가해자인 30대 남편에게 노출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직 공무원인 A씨는 지난 1일 오전 7시 17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계단에서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피신해 있던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나이 어린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범행을 저질러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은 상태에서 이혼 소장에 적힌 아내의 임시 거처 주소로 찾아가 범행했다.
경찰은 여러 차례 가정폭력으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임시보호 명령을 받은 상태였던 A씨가 살해 범행 동기로 "이혼 소장을 받고 분노가 폭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보복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단순 살인이 아닌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숨진 여성의 유족은 입장문에서 고인은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 금지를 신청했으며 차량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기록까지 지우면서 생활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혼 소장을 통해 주소가 노출되자 고인은 너무 무섭다며 울면서 가족에게 전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는 이혼 소송 전 주소 비공개를 위한 별도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하나, 이혼 소송을 처음 겪는 평범한 사람이 필요한 절차를 찾아 신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기 광주 사건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신고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며 "민사소송법 개정안 외에도 가정폭력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