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했는데 새는 생존...똥 화석에 숨겨진 단서 발견

입력 2026-09-11 07:49


6천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은 멸종했지만 새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공룡의 똥 화석(coprolites)에서 나온 새 깃털에서 이 비밀을 밝혀 줄 단서가 발견됐다.

이 깃털은 멸종한 수생 조류인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Hesperornithiformes)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소행성 충돌 뒤 추위 속에서 일부 조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깃털의 형태와 단열 기능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 징마이 오코너 박사팀은 몬태나주 헬크리크층에서 나온 6천600만년 전 공룡의 배설물 화석에서 깃털과 새 뼛조각, 물고기 비늘 등이 발견됐고 깃털은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의 것으로 추정됐다며 11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이처럼 밝혔다.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의 깃털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다면 소행성 충돌 후 충돌겨울(impact winter)을 이들이 견뎌낼 수 있었는지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기 육상 조류 중 가장 우세한 집단은 반조류(Enantiornithes)였다. 살아남아 현대 조류의 조상이 된 신조류(Neornithes)와 수생 조류인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가 공존했다.

이 공룡 똥 화석은 중형 수각류 공룡의 배설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주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화석에는 길이 9.3㎜의 작은 깃털 하나가 드러나 있었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깃털과 깃털 조각, 섬유질 구조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내부에서 길이 3.2㎜와 3.6㎜의 물고기 비늘과 뼛조각 2개도 발견됐다.

뼛조각은 형태와 치밀도 분석 결과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의 뼈와 부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석 속 깃털은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의 것으로는 처음 발견됐다. 중생대 지층에서 발견된 것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헤스페로르니티스형 조류는 대부분 날지 못하고 물속으로 잠수해 물고기 등을 잡아먹었다. 화석에서 나온 깃털도 깃가지가 촘촘하게 배열되는 등 물의 침투를 줄이는 데 유리했다.

깃털과 새의 뼛조각이 작은 물고기의 비늘과 함께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이 새가 물고기를 먹은 뒤 수각류 공룡에게 먹힌 것으로 추정했다.

깃털 중심축이 속이 빈 둥근 형태에서 사각형 단면으로 바뀌고, 사각형 부분 안에 가벼우면서 단단하게 해주는 수질(medulla)이 있다는 점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현대적인 깃털의 기본 구조가 백악기 말 대멸종 전에 이미 진화했다는 것이다.

공룡과 초기 조류에서 볼 수 있는 원시적인 형태의 가느다란 깃털과 솜털 같은 깃털 등도 확인됐다.

6천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 뒤 발생한 대멸종에서 조류 가운데 왜 일부만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소행성 충돌로 공룡 등 육상 척추동물 생태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 조류 역시 대부분 멸종했지만 현대 조류로 이어지는 신조류만 살아남았다. 그 이유가 깃털의 차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조류의 현대적인 깃털이 원시적인 깃털보다 공기를 가두는 데 효과적이었다면 '충돌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는 데 유리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코너 박사는 "지금까지 아무도 공룡 똥화석 속의 깃털을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의 길을 열어준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