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레버리지 ETF 투자 급증, 주가 급등락 키웠다"

입력 2026-09-10 12:53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배경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급증이 영향을 미쳤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종목에 대한 쏠림과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도 주가의 등락 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추세적 주가상승 기대 등에 기반해 레버리지 ETF 투자가 급증한 것도 수급 측면에서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헤지 목적의 국내 현·선물 거래가 증가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초래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지난 6월 한은이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와 비교하면 다소 달라진 평가다.

당시 한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 "현재 기초자산의 시가총액 및 거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더 자세한 분석이나 평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한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기업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점이 전체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 변화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6월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자 코스피 역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가 8,000에서 9,000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상승 기여율은 총 99.0%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의 상승 기여율이 44.7%, SK하이닉스가 54.3%였다. 사실상 두 종목이 코스피 상승분 대부분을 이끈 셈이다.

반대 상황에서도 두 종목의 영향력은 컸다.

코스피가 9,100에서 5,500으로 추락할 때도 삼성전자(29.8%)와 SK하이닉스(39.6%)의 하락 기여율이 69.3%로 비교적 높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 역시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주가 상승 이후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을 위한 외국인의 기술적 매도세가 대규모로 나오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이 악화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가 청산되면서 주가의 상·하방 움직임을 증폭하기도 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레버리지 ETF,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 등의 점검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특정 업종, 기업에 의한 시장 집중 완화, 투자자 기반 확충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