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내근로복지기금, 인재 유출을 막는 전략이다

입력 2026-09-16 09:19
오늘날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마주한 최대 과제는 인재 유출을 막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순히 급여를 높여주는 것만으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핵심 인력의 마음을 잡기 어렵고, 회사의 세금 부담 역시 비례해서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 부담을 줄이며, 임직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제도가 사내근로복지기금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출연해 만든 독립된 법인으로,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운용되는 제도다.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정부는 기금을 설립해 운영하는 기업과 근로자 양측에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부여하며 설치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기금의 혜택은 정규직뿐만 아니라 단시간·기간제 근로자 등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에게 원칙적으로 균등하게 제공된다. 정관 설정을 통해 근로자의 가족까지 수혜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으며, 주택 자금 보조, 자녀 장학금, 의료비 및 자기계발비 지원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많은 경영자가 "대표는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유로 기금 도입을 주저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제도의 취지와 실질적 가치를 단편적으로만 이해한 것이다. 최근 우수 인재들은 회사 선택 시 급여 못지않게 복지 수준을 핵심 지표로 평가한다. 튼튼한 복지 기반을 구축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대표에게는 가장 큰 경영적 이득이다.

또한 대표의 가족이 정당한 근로자로 재직 중이라면 정관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대표가 완전히 소외된다고 볼 수도 없다.

더욱 주목할 점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 및 세무 절감 효과다. 회사가 기금 법인에 출연하는 금액은 전액 비용으로 인정되어 법인세나 소득세를 대폭 줄여준다. 이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적절히 정리하고 회사의 지분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가 된다.

특히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자라면, 지분 가치가 과도하게 상승해 발생하는 막대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통해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활용 사례는 산업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조기업 A사는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5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녀 학자금과 여가 활용비를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임직원의 이직률을 대폭 낮췄다. 친환경 부품업체 B사 역시 초기 기금 설립을 통해 직원들의 주택 마련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입소문이 나며 청년 구직자가 몰리는 효과와 법인세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설립 절차 또한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그리 까다롭지 않다. 노사 대표 각 2인 이상 10인 이하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직전 사업연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협의하여 출연금을 결정한 뒤 정관과 사업계획서 등을 갖추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인가를 신청하면 된다. 출연 재산은 현금뿐만 아니라 대표가 보유한 유가증권 등으로도 낼 수 있어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금을 통해 임직원에게 맞춤형 복지 포인트를 지급하여 자기계발이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근로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세무적 불확실성 없이 인건비성 복지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또한 기금 운영 과정에 노사가 함께 참여하면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기금을 활용해 수급업체나 파견 근로자까지 복지 혜택을 확장할 경우,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재정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어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실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기금 운영 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업무상 직접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금 명의의 부동산 소유가 엄격히 금지되며,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지원은 부당한 경비 처리로 지적되어 세무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정기적인 사후 관리가 이뤄지므로 정관의 목적에 맞는 정교한 운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회사의 재무 상태와 임직원의 복지 수요를 철저히 분석하여 완성도 높게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작성] 오동진, 최민주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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