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5년간 손녀를 키운 60대 여성이 아들을 상대로 수천만원대 양육비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부모의 손주 돌봄 부담을 둘러싼 '황혼육아'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쑹장구 인민법원은 60대 여성 쉬모씨가 지난해 말 아들 량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36만위안(약 7천200만원) 규모의 양육비 청구 소송 사례를 최근 공개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과 함께 살던 쉬씨는 2014년 아들이 이혼하면서 당시 네 살이던 2010년생 손녀를 맡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이 재혼해 새 아내와 집을 떠났고, 손녀를 돌보는 일은 사실상 쉬씨의 몫이 됐다.
쉬씨는 손녀의 일상적인 돌봄뿐 아니라 생활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 경제적인 부담까지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쉬씨는 결국 지난해 말 아들이 아버지로서 책임을 제대로 다하지 않았다며 36만위안 규모의 양육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은 당시 월수입이 3천위안(약 60만원)에 불과했고 자신의 경제적 능력 안에서 딸의 양육비를 부담했다는 취지로 맞섰다.
법원의 조정 끝에 아들은 어머니에게 20만위안(약 4천만원)을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조부모가 손주를 키운 뒤 자녀에게 양육비를 요구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왔다.
베이징에서는 한 부부가 한 살 때부터 손녀의 생활비 등을 부담한 뒤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32만위안(약 6천400만원)의 양육비를 청구한 사례가 법원을 통해 공개됐다.
손주 돌봄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후난성에서는 아들의 육아를 돕던 59세 여성이 6개월 만에 체중이 20㎏이나 줄고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국에서는 조부모의 손주 돌봄을 가족 간의 당연한 의무로 볼 것인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급 돌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전통적으로 세대 간 상호부양을 중시해왔지만, 도시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 보육 환경 변화 등으로 조부모의 육아 부담이 커지는 중국의 사회적 추세가 반영됐다.
특히 농촌에서는 자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조부모가 '유수아동'(留守兒童·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남은 아동)을 사실상 전담해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SCMP는 "과거에는 손주를 돌보는 것이 조부모의 자연스러운 희생과 애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이를 경제적 가치가 있는 돌봄 노동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