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수놓는 대형 불꽃놀이가 단시간에 대기질을 크게 악화시키고 조류의 방향 감각을 잃게 하는 등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100만여명이 찾는 대형 행사로 자리 잡은 서울세계불꽃축제 역시 주변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는 있지만,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불꽃놀이와 생태계 관련성을 직접 규명한 연구는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주제로 한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루스코 페트로프 불가리아 트라키아대 수의과대학 교수 등 연구진이 올해 1월 발표한 논문에서는 지난해 불가리아에서 발생한 조류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지목됐다.
연구진은 2025년 1월 1일 한 등산객의 제보를 받고 불가리아 스레드나 고라 산맥 인근 소도시 등산로를 조사해 총 1천7마리의 조류 사체를 발견했다.
연구진이 사체와 일부 살아남은 새들을 정밀 검사한 결과, 장기 파열과 날개 골절 등 충돌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상이 다수 확인됐다.
새들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불꽃놀이의 큰 소음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방향 감각을 잃고 날아오르다 나무나 지면, 다른 새들과 충돌해 폐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다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새들의 위장 내 유해 물질과 A형 조류 인플루엔자 검사도 진행했지만 관련 증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불꽃놀이로 인한 피해가 충돌에 따른 폐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논문에 따르면 낮에 주로 활동하는 조류가 밤에 갑작스러운 소음과 강한 빛에 노출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방향 감각을 잃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비행하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역학 연구소의 바트 훅스트라 등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불꽃놀이로 인해 조류가 피해를 입은 사례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적은 없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과거 불꽃축제 당시 새 떼가 갈 곳을 잃은 듯 강 한쪽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내용의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불꽃놀이는 생태계뿐 아니라 대기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와 한양의대·아주의대 예방의학과 공동 연구팀이 2023년 서울 세계 불꽃 축제와 부산 불꽃 축제 당시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행사 기간 인근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2023년 10월 7일 오후 7시 반께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좋음'(0∼15) 수준인 9∼12에 머물렀지만, 불꽃놀이 동안 계속 상승해 끝난 지 1시간 만인 오후 9시 반께는 31∼36배 높은 320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또한 불꽃놀이 전에는 '좋음'(0∼30)에 해당하는 25 이하였지만 불꽃놀이 이후에는 371까지 치솟았다.
이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매우 나쁨' 농도(각 76, 151)보다도 각각 4.2배, 2.5배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불꽃놀이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서식지 주변에서의 불꽃놀이를 제한하거나 드론 쇼 등으로 행사를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