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생활 속에서 자취를 감춘 김포의 전통 장례소리가 실제 상여를 메었던 ‘마지막 세대’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포사우회다지소리보존회(회장 송종헌)는 지난 5일 김포문화원 앞마당에서 ‘천상을 잇는 소리-김포사우회다지소리 제2회 정기발표회’를 열고 김포 사우동 일대에서 전승됐던 상여와 회다지소리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김포사우회다지소리는 옛 김포군 사우리 일대의 전통 장례문화에서 불리던 소리다.
상여를 메고 장지로 향하고 봉분을 다지는 과정에서 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슬픔을 나누며 마을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았던 공동체 문화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은 상여행렬 입장을 시작으로 발인과 하직인사, 긴가락, 잦은가락, 고갯길소리, 외나무다리, 홍대걸이, 달구진가, 방아타령, 상사디야 등 장례의 주요 과정과 소리를 재현했다.
식전에는 김포향산농악보존회가 김포 향산리에서 전승돼 온 농악놀이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옛 장례의식을 무대 위에서 재현했다는 데 있지 않다.
실제 마을 장례에서 상여를 메고 소리를 들었던 세대가 기억을 모아 사라져가는 지역문화를 복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원길 前경기도의원은 “김포사우회다지소리는 40여 년 전 사라져간 김포 장례문화의 상징”이라며 “실제 상여를 메었던 마지막 세대인 60대 선후배들이 기억을 되살려 연습한 끝에 올해 제2회 정기발표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은 사우회다지소리 복원을 위해 경기도의회에서 관련 예산 2천만원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탰으며, 지난해 제1회 정기발표회에 이어 올해도 상여꾼으로 직접 공연에 참여했다.
그는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명맥이 끊겼지만 당시 고등학생으로 직접 상여를 메었던 사우동의 마지막 세대가 어르신들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 지금 그 길을 다시 걷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우회다지소리는 한때 전국 무대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보존회가 공개한 연혁에 따르면 1989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1990년에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장례문화의 변화와 함께 상여가 사라지면서 소리 역시 생활 현장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이에 주민들은 구전으로 남아 있는 소리와 장례 절차를 체계적으로 조사·기록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김포사우회다지소리보존회를 창립했다.
같은 해 제1회 정기발표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무대를 마련했다.
송종헌 보존회장은 어린 시절 사우동에서 상여가 나가고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송 회장은 “한 소절 한 소절 소리를 할 때마다 선대에서 이어온 김포사우회다지소리가 우리 세대에서 끊겨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더욱 깊어진다”며 “이번 무대가 옛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우동 사람들의 삶과 정, 공동체 정신을 시민들과 함께 이어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전승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이기형 김포시장은 전통 장례문화가 망자의 영면을 기원하는 동시에 마을의 화합을 다졌던 문화라는 점을 강조했고, 김계순 김포시의회 의장은 기록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잊힌 소리를 복원하는 보존회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박윤규 김포문화원장도 구술 전승에 의존해 온 지역 전통문화의 조사와 기록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승을 위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황인홍 총연출은 지난해부터 사우회다지소리를 다시 살펴보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은 만큼 지금 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복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홍 전 의원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앞으로 1년, 2년 더 열심히 연습해 김포의 장례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0여 년 전 상여를 메었던 사람들이 60대가 돼 다시 상여를 메고 있다.
한때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던 그들의 발걸음이 이제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기억을 다음 세대로 옮기는 길이 되고 있다.